월스트리트, 미국 경제지표 신뢰성에 '흔들'
공공 통계의 정치화 우려 커지며, 달러 기축통화 지위와 채권시장에도 불안 신호
미국 월가의 핵심 투자 기반이었던 정부 경제지표에 대한 신뢰가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통계국(BLS) 국장 에리카 맥엔타퍼(Erika McEntarfer)를 전격 해임한 데 따른 충격파가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BLS가 예상보다 저조한 7월 고용지표를 발표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에리카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했다. 이어 백악관 수석 경제고문 케빈 해셋은 노동통계국에 추가 인사개편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하며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월가는 수십 년간 정부의 공식 경제통계를 근거로 주식·채권 가격을 산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해임 사태 이후, 미국 통계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처럼 되는 건가?"
Ned Davis Research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레한드라 그린달은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라틴아메리카나 터키처럼 통계 수치가 나쁘면 사람을 자르고, 결국 아예 발표를 멈춰버리는 나라들이 있잖아요. 지금 미국도 그 길로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S&P 500 지수는 월요일 1.5% 상승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의 시장 영향이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채 수익률 곡선이나 달러 환율처럼 점진적으로 반영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EmployAmerica의 CEO 스칸다 아마르나스는 "이런 변화는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결국 시장 전반에 스며든다"고 말했다.
JPM "금융시장 신뢰 훼손" 경고
JPMorga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이번 해임을 두고,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개입 시도와 맞먹는 금융시장 신뢰 훼손"이라며
특히 물가연동 국채(TIPS) 시장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해당 국채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수익률이 산정되며, 이 데이터는 노동통계국이 제공한다.
그는 "연준의 정치화 우려는 최근 많이 언급됐지만, 경제지표 생산의 정치화 역시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계 왜곡? 정치보다 '응답률 하락' 탓
일부에서는 노동통계국의 수치가 정치적으로 왜곡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 발표된 7월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크게 낮았고, 5~6월 수치 역시 25만 8,000명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투자사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최근 수년간 응답률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지, 정치적 개입 때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정부 데이터는 미국 경제의 혈류"
맥엔타퍼 해임 직전, 초당적 경제학자 그룹은 의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미국 통계시스템의 신뢰를 지켜달라"**며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은 "공공 통계는 미국 경제의 생명선"이라고 표현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은 "경제 데이터에 정치적 편향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는 가속화될 것"이라 경고했다. 또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기준은 '신뢰성'이다. 그 기준이 무너지면 지위도 사라진다."고 했다.
민간 데이터로 대체? "한계 뚜렷"
과거에도 민간 부문이 정부 데이터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는 있었다.
- 2013년 정부 셧다운(17일) 당시,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은 자체 보유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소매판매·물가·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했다.
- MIT 연구진은 인터넷 가격 추적을 통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측 프로젝트인 Billion Prices Project를 운영했으나, 서비스 가격 등 온라인으로 반영되지 않는 영역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처럼 신뢰도 낮은 통계를 보완하려는 차이나 베이지북(China Beige Book) 같은 독립기관 모델이 미국에서도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민간 데이터는 대부분 정부 통계에 의존하거나 기준을 삼기 때문에 즉시 대체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후임자 미지명... "통계 신뢰 회복 원해"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맥엔타퍼의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케빈 해셋은 일요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통령은 더 정확하고 투명한 통계를 원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인사를 배치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