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수) 수입 반도체에 대해 약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국 내에서 제조하거나 제조를 약속한 기업은 이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예외 조항을 함께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이날 애플이 미국 내 투자를 1,000억 달러 추가해 향후 총 6,00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시점에 맞춰 발표됐다.
"애플처럼 미국 내에 공장을 짓기로 약속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발언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후 누적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짓겠다고 해놓고 짓지 않으면 나중에 이자를 포함해 모두 계산해서 청구할 것이다. 그건 보장된 일이다."
이번 발언은 공식적인 관세 명령이 아닌 예고 성격이며, 관세 적용 방식과 대상 국가·기업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도체 관세는 중국 SMIC·화웨이에 영향...TSMC·삼성은 면제 예상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목요일부터 10~50% 관세가 적용되는 새로운 무역 조치 직전에 나왔다. 반도체와 주요 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미국의 국가안보 조사를 거쳐 이달 중순에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100% 관세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미국과 한국 간 무역 협정에 따라 한국은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유리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반면, 필리핀 반도체 산업 협회 회장 댄 라치카는 "이번 관세 조치는 우리에게 파괴적인 타격"이라며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말레이시아의 텡쿠 자프룰 아지즈 무역장관은 의회에서 "이번 조치로 제품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미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TSMC·Nvidia 등은 미국 투자로 피해 회피... "큰 기업만 살아남는다"
대만 국가발전위원회의 류진칭 위원장은 "대만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설립, 미국 기업 인수, 협업을 통해 관세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이며, 주요 고객사인 Nvidia 역시 미국산 칩에 대한 추가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vidia는 미국 내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한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결국 '큰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다."
- 브라이언 제이콥슨, Annex Wealth Management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의회는 지난 2022년, 반도체 제조 및 연구를 위한 527억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선도 반도체 기업 5곳이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도록 유도해왔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대부분의 주요 업체는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SMIC나 화웨이의 칩은 면제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칩은 대부분 중국에서 조립된 기기에 탑재돼 들어오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일본도 협상 통해 관세 수준 조정
EU는 자동차·칩·의약품 등 대다수 품목에 대해 15%의 단일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미국과 합의했다. 일본도 "타국보다 불리한 관세를 받지 않기로 미국과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투자 계획이 있는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목요일 상승세를 보였다. TSMC는 4.4%, 삼성전자는 2% 상승했으며, 텍사스에 공장을 두고 있는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글로벌웨이퍼스는 무려 10% 급등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비용 절감 전략을 선제적으로 시행했으며, 경쟁력 유지에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