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의 아이폰 공장 근처 기숙사에서 수십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식단은 렌틸콩과 야채 스튜, 비트, 밥 등. 기숙사 밖에는 백색 버스가 줄지어 이들을 공장으로 실어 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애플 CEO 팀 쿡(Tim Cook)이 수년 전 구상한 글로벌 생산 전략의 핵심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둔화되기 시작한 뒤, 인도 시장에 주목했고 생산거점 다변화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그 전략은 오늘날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애플을 보호하는 방패가 됐다.
쿡의 '인도 카드', 트럼프 관세 앞서 선제 투자
2016년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회담 1년 뒤, 애플은 인도에서 소규모로 아이폰 조립을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임기 중 중국산 아이폰에 관세를 예고하고, 코로나19로 중국 공장 생산이 마비되자 쿡은 인도를 '중국의 대안 생산기지'로 키우기 시작했다.

팀 쿡 애플 CEO
애플은 인도를 중국 외 유일하게 아이폰을 대량 조립할 수 있는 국가로 판단했고,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시장 규모, 정치적 우호성 등을 이유로 공급망을 점차 옮겨갔다.
쿡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에서 판매된 대부분의 아이폰은 이번 분기 인도에서 생산됐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는 전 세계 아이폰 생산의 약 14%를 담당하고 있으며, 기술 리서치 업체 TechInsights는 2025년까지 그 비중이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면제와 1,000억 달러 미국 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백악관에서 "미국 내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은 글로벌 관세에서 면제받는다"고 발표하며, 옆에 선 팀 쿡 CEO는 미국에 1,000억 달러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비록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투자는 당분간 관세 회피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실제로 발표 당일 애플의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현재 애플은 중국산 아이폰에 대해 20% 관세를, 인도산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여전히 '중국 따라잡기'는 먼 길
하지만 인도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이미 2007년 첫 아이폰 발표 당시부터 수백만 대 규모의 정교한 제조 생태계를 구축해왔으며, 여전히 전 세계 아이폰의 약 80%를 조립하고 있다.
인도는 규제 복잡성, 인프라 부족, 정밀 부품 조립 경험 부족 등의 문제로 진입 장벽이 높다. 특히 고급 카메라 모듈이나 메탈 케이스 같은 정밀 부품은 여전히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폭스콘은 인도 현지에서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공장을 확장해 왔다. 스리페룸부두르 지역의 폭스콘 공장에는 4만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이며, 이 중 80% 이상이 여성이다. 월급은 월 200달러 수준으로 중국보다 훨씬 낮지만, 초기 설비 도입과 인력 훈련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폭스콘·타타·폭발적인 투자 러시
폭스콘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와 인접한 카르나타카 주 등지에 새로운 조립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15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타밀나두 정부는 폭스콘 노동자를 위한 10층 규모 기숙사 13동을 건설해 1만2,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타타그룹은 애플의 지원 아래 두 개의 대만계 부품사를 인수했고, 자사 최초로 인도 내 아이폰 조립 공장을 건설 중이다. 동시에 폭스콘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기숙사도 함께 짓고 있다.
중국의 견제와 인도의 반격
중국은 애플 공급업체들이 인도로 이전하는 흐름을 느리게 만들기 위해 비공식적 견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훈련 인력 파견을 지연시키고, 설비 수출도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생산 장비에 대한 관세 면제, 제조 보조금(27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공항 건설 등 전방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타밀나두 주 산업부 장관은 "폭스콘 회장을 직접 공항에서 픽업하고 기숙사 부지를 안내했다"며 "1초도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품질 개선과 자신감 상승
초기 인도 생산 아이폰은 중국보다 품질 불량률이 높았지만, 현재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고가 모델인 아이폰 프로까지 인도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인도의 제조 신뢰도가 향상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은 차기 모델인 아이폰17의 기본형을 인도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를 일부 이전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향후 1~2년 안에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 더 많은 글로벌 부품업체가 인도에 공장을 세울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 평가: "차이나는 없지만, 인디아는 된다"
서플라이체인 연구소 Zero100의 창립자인 케빈 오마라는 "인도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애플과 글로벌 전자기기 기업들에게 중요한 생산 기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