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H20 AI 칩 대중 수출 허용 이끌어... 백악관·베이징 외교전과 법적 논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가 수개월간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물밑 작업을 벌이며,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칩 판매를 지켜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WSJ 에 따르면,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은 중국 기술기업들의 자립을 촉진할 뿐"이라며,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득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 내 최대 5천억 달러(약 665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이 제안과 함께 세계 최고 기업가치 기업의 투자 약속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바꿔, 중국에 엔비디아의 H20 AI 칩 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했다.

트럼프와 젠슨황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황 앤비디아  CEO, 로이터)

H20 칩은 기존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성능을 낮춰 중국 시장 전용으로 설계된 제품이다. 이 결정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4% 상승하며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넘어섰다.

베이징은 화답으로 1년간 보류했던 350억 달러 규모의 미 반도체 소프트웨어 업체 관련 거래를 승인했고, 이미 완료된 엔비디아 인수 건에 대한 조사를 중단했다. 중국 지도부는 황 CEO가 워싱턴에 대한 완화 압박을 지속하길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종 합의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황 CEO에게 "수출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대중국 칩 매출의 20%를 연방정부에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방식은 백악관 기술정책팀 사전 검토 없이 나왔으며, 법적·안보적 논란이 예상된다. 황 CEO는 15%로 맞서 협상을 이어갔고, 관세가 미국 반도체 생산 확대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을 담은 도표를 트럼프에게 직접 그려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투자 기업에 대해 반도체 수입 100% 관세를 면제하는 방침을 내놨고, H20 칩 대중 수출 허용 결정이 공식화됐다. 이는 그간 국가안보 우선 정책 기조를 유지해온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정책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AI 정상회의에서 황 CEO는 "미국이 가진 유일무이한 장점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극찬했고, 트럼프도 "당신은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양당 의원들은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확보하면 인공지능(AI) 군사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엔비디아 측은 "H20 칩은 군사 능력을 높이지 않으며, 글로벌 개발자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 CEO는 올해만 최소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알리바바, 샤오미, AI 스타트업 미니맥스 등과 회동해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헌신을 강조했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미국 규제를 피하는 맞춤형 칩 설계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마법 재단사(Magic Tailor)'라 불렀다.

중국 내 엔비디아 점유율은 규제 전 95%에서 50%로 하락했지만, H20 칩은 오픈소스 모델 기반 AI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는 핵심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엔비디아는 이미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차세대 중국 전용 칩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황 CEO는 "중국에 판매 가능한 제품은 계속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훨씬 더 나은 칩을 보유하고 있어 H20 수출에 문제 없다"며, 차세대 칩의 대중 수출 여부는 성능을 낮춘 변형 모델만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CEO가 이를 두고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