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이어진 저소득층 임금 급등세 둔화... 노동시장 둔화와 고용 정체가 원인

팬데믹 직전과 직후 몇 년 동안, 저소득층 근로자의 임금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추세는 최근 몇 개월 사이 크게 약화되었으며, 7월 부진한 고용보고서 이후 노동시장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완전히 종료된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뚜렷하게 둔화된 반면,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도 중요한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

노동부가 이달 초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7월 여가·접객업 종사자의 평균 시급은 22.83달러로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 반면 정보통신업 종사자의 평균 시급은 52.61달러로, 5.4% 상승했다. 2021년 12월만 해도 여가·접객업 임금 상승률이 14%에 달했으며, 정보통신업은 2% 미만이었다.

노동시장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임금 불평등이 확대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2015년 무렵부터 실업률 하락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기 어려워지면서 임금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2020년 2월 실업률은 3.5%로 196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팬데믹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했다. 소매점, 호텔, 음식점 등에서 저임금 근로자들이 대거 해고됐다가, 재개장 후 인력난으로 인해 임금 인상과 직장 이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한 식당의 식기 세척원은 다른 식당으로 옮기면서 시급이 1달러 오르는 식이었다.

연방준비은행(애틀랜타)의 임금 추적 지표에 따르면, 2022년 11월 하위 25% 소득 근로자의 연간 임금 상승률은 7.5%로, 상위 25%의 4.8%를 크게 앞질렀다. 인플레이션이 상승분을 일부 상쇄했지만, 실질 임금 격차는 하위층에 유리하게 개선됐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르다. 7월 기준 하위 25% 임금 상승률은 3.7%로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상위 25%는 4.7%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분석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6월 하위 3분위 가구의 세후 임금·급여는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쳤지만, 상위 3분위는 2.9% 늘었다.

노동시장 냉각이 저임금 상승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4월 3.4%까지 내려갔던 실업률은 현재 4.2%로 올랐다. 특히 계절성이 강하고 이직률이 높은 호텔·음식점·소매업 분야 종사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엘리스 굴드 박사는 "임금 인상의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을 옮기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줄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연준 자료에 따르면, 7월 구직 이동자와 현 직장 잔류자의 임금 상승률은 나란히 4.3%였다. 구직 이동자의 상승률이 잔류자를 웃돌지 못한 것은 201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 행태도 변화했다. 6월 하위 3분위 가구의 3개월 평균 카드 소비는 전년 대비 0.2% 감소한 반면, 중위 0.7% 증가, 상위 1.2% 증가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기업의 신규 채용 의지를 약화시켰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다만 트럼프 집권 전부터 채용 속도는 이미 매우 느렸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부진이 이어질 경우 해고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소득층 임금 상승이 제한되면 소비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소득층은 절대 소비 규모는 작지만, 추가로 버는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경향이 커서 경기 흐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더 근본적으로는 임금 불평등 확대가 빈곤층의 소득 계층 이동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