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세금' 등 고소득층 겨냥한 신규 세금... 부자들의 이탈 부를까?

미국 전역의 여러 민주당 성향(블루) 주와 도시들이 부유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연간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 자본이득세 인상, 고급 휴가용 주택에 대한 신규 과세 등을 추진 중이다.

일부 주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연방 세법으로 인해 발생할 연방 자금 감소에 대응해 세금 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해당 세법은 부유층에 대한 광범위한 연방 감세를 연장하는 한편, 메디케이드(Medicaid)와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지원을 대폭 축소해, 주 정부가 부족분을 일부 또는 전부 보전해야 할 압박을 받고 있다.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 아이샤 고메즈(민주당)는 "현재 경제 구조에서 큰 보상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번 의회 법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집단"이라며, 연방 메디케이드 삭감이 시행될 경우 부부 합산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가구에 대해 세율을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적자 보전용 세금 인상

다른 주 의원들은 기존 주 예산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고소득층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가 100만 달러 초과 소득에 부과하는 소득 추가세로 수십억 달러를 거둬들이는 사례는 여러 주 의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코네티컷 주 의원들은 부부 합산 50만 달러 이상, 개인 25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을 추진 중이며, 이는 새로운 연방 세법으로 인한 연방 자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 주의 밥 퍼거슨(민주당) 주지사는 5월에 자본이득세 인상 등을 포함한 예산안을 서명하며 주 적자 해소와 예상되는 연방 지원 삭감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부자 증세

(부자감사에 대한 뉴욕시민들의 시위현장. ZUMA 프레스)

메릴랜드 주의 웨스 무어(민주당) 주지사 역시 5월에 연 소득 50만 달러 이상 거주자에 대한 세율 인상을 포함한 세금 인상안을 법제화해 적자 해소에 나섰다. 로드아일랜드 주는 6월에 100만 달러 이상 가치의 일부 휴가용 주택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세금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촌인 웨스터리 워치힐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테일러 스위프트 세금'으로 불리며, 내년 여름부터 시행된다.

세수 악화 전망

팬데믹 이후 호황기에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인하했던 많은 주들이 공화당 세법의 영향이 반영되기 전부터 이미 예산 적자 전망에 직면해 있다. 피유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에 따르면, 향후 3년 이상 예산을 평가하는 19개 주 대부분이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연방 예산 삭감을 메우기 위해 식품 지원, 메디케이드 등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면 주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진보 성향 조세정책 비영리단체인 조세경제정책연구소(Institute on Taxation and Economic Policy)의 에이던 데이비스는 "일부 주 의원들이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진보적 조세정책 설계를 우리 단체에 자문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자 이탈 우려와 실제 영향

부유층 과세 강화는 오랫동안 부자들의 '세금 탈출'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최근 영국은 수세기 된 세제 특례를 폐지한 뒤 일부 부유층이 해외로 떠났으며, 뉴욕시에서는 민주사회주의자 조흐란 맘다니 시장 후보가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에 2% 추가세를 부과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세금 회피 이주' 논쟁이 재점화됐다.

하지만 학계 연구와 주 세수 자료는 부자들의 거주 이전 패턴이 반드시 세율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시사한다.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지역 내 사업체 등 지역 사회와 강하게 연결된 부자들은 대체로 이동성이 낮았다. 다만, 고령 억만장자와 같은 일부 부유층 집단은 특정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코넬대 크리스토발 영 교수와 미 재무부 이타이 루리 연구팀은 2017년 연방 세법 개정 전후 7년간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 390만 명의 세금 자료를 분석한 논문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2017년 개정은 주·지방세 공제(SALT)에 상한을 두어 뉴욕·캘리포니아 등 고세율 주 거주 비용을 높였지만, 인상된 세금을 부과받은 이들이 저세율 주로 이동한 비율은 그렇지 않은 주와 비교해 크게 높지 않았다.

'백만장자세'의 수익

매사추세츠 주는 2022년 주민투표로 연 소득 100만 달러 초과분에 4% 추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주 세무국에 따르면 이 '백만장자세'는 2025 회계연도에 약 30억 달러를 거둬 전년(24억6천만 달러)보다 증가했으며, 이는 주 예측을 상회했다.

다만, 세금 인상 이후 백만장자 신고자 수 변화는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연방·주 세무 자료 발표 지연과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한 신규 백만장자 증가 가능성 때문이다.

억만장자의 세금 민감성

2023년 연구에 따르면, 1981~2017년 포브스 400대 억만장자 거주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01년 연방 세법 개정으로 주별 상속세 차이가 커진 이후 고령 억만장자들은 상속세가 없는 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10년까지 상속세 부과 주 거주 억만장자의 21.4%가 비부과 주로 이주했으며, 반대로 비부과 주에서 부과 주로 옮긴 경우는 1.2%에 불과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의 엔리코 모레티 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다니엘 윌슨 연구에 따르면, 억만장자의 거주지는 주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19년 억만장자 데이비드 코크 사망은 뉴욕주가 수년에 걸쳐 약 41억7천만 달러를 상속세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을 수 있다.

프린스턴대 헨릭 클레븐 교수가 공동 저술한 2025년 전미경제연구소(NBER) 논문은 덴마크와 스웨덴 부유층의 거주지 변화를 분석했다. 자산 전체를 과세하는 '부유세' 최고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해당 국가의 부유층 인구는 약 2% 감소했으나, 부유세가 부유층 이탈로 인한 세수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