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면 침공 이후 첫 대면... 종전·영향력 확대 두고 신경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금) 알래스카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길 원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을 재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양 정상은 앵커리지 외곽 미군 기지에서 회담을 갖고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관계 파탄을 피하려는 미묘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번 회담을 '탐색전' 정도로 평가절하했지만, 최근 들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휴전을 수용하도록 촉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푸틴이 동의할 경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회담에 합류시켜 영토 양보, 안보 보장, 미국의 무기 판매 등을 포함한 장기 평화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푸틴이 이를 거부하면 러시아 석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 등 제3국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매우 심각한 결과"를 경고하고, 미국이 평화 프로세스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전·현직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키이우와 유럽이 받아들일 만한 평화안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푸틴과의 밀착 관계를 추구할 경우, 양쪽 모두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푸틴 대통령 측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과 군비통제 등 의제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미·러 경제 협상과 분리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경제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왔다.
회담이 열리는 앵커리지 인근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는 냉전 시기 소련 감시를 위해 사용됐으며, 현재는 러시아 군용기 활동을 감시하는 전투기가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와 푸틴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나, 회담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으로 입장을 밝히고 동맹국에는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푸틴은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러시아가 유지하고, 키이우가 서방 군사 지원을 포기하며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수개월 간의 전화 통화와 중재에도 진전이 없어 대통령이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전 바이든 행정부 유럽 담당자 토리 토식은 이번 회담이 키이우 및 유럽과의 전략 조율 없이 진행될 경우, 전쟁 종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얄타 회담 2.0'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25년 집권 동안 상대를 흔드는 다양한 협상 전략을 다듬어왔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의 역사적 정당성을 장시간 설파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푸틴을 구애하는 동시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는 전략을 펴왔으나, 수차례 전화회담의 성과가 없자 푸틴에게 기한을 설정해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에너지 수출 제재를 경고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진 이후 에너지, 핵심 광물, 우주개발 협력을 포함한 잠재적 거래를 언급해왔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푸틴이 트럼프에게 '옛 마법이 돌아왔다'는 인상을 줄수록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은 푸틴이 전면 침공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자리이자, 국제적 고립 이미지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미 정치적 이득을 챙긴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의 헤더 콘리 선임연구원은 "회담 시작 전부터 푸틴이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부인 발언을 믿는다고 공개 발언해 미국 정보당국 평가를 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를 제공하고, 크림반도 침공과 해외 독극물 공격에 대응해 대러 제재를 승인했다.
전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트럼프는 푸틴이 위험한 인물임을 항상 알고 있었다"며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의 지도자와는 신중히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