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의론과 '비인기 섹터'로의 자금 이동, 기술주 상승세 제동

기대와 달리 기술주의 독주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의문, 과도하게 높아진 밸류에이션, 그리고 그간 소외됐던 산업으로의 투자 회전이 맞물리며 월가의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을 향한 열기가 식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 금리 인하 기대에 부상한 '다른 섹터들'

WSJ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부동산, 은행, 제조업 등 여러 업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 알파벳,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기술 대형주들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자료화면 )

오는 며칠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기술주 랠리의 향방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투자자들, 차익 실현 나서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다. 피닉스에 거주하는 조슈아 보이어(43)는 "주가가 기업 실적 대비 과도하게 비싸졌다"며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메타 보유 비중을 25% 줄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개인 투자자 전반에서도 나타났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주 급락장에서는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개인들이 순매도세로 전환했는데, 특히 팔란티어·알파벳·브로드컴 같은 인기 기술주에서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 AI 열기 '냉수' 맞다

기술주 약세는 앞서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저가 모델 등장으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가 증발했던 AI 투자 쇼크를 연상케 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오픈AI의 신작 GPT-5는 '박사급 전문가'라는 마케팅과 달리 기본 연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실망을 샀다. 일부 기업은 채용을 동결했고, MIT 연구는 AI 활용이 매출·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AI 인력 충원을 중단했다.

벤처캐피털 디시벨의 제시카 레앙은 "죽음의 별(Death Star)처럼 홍보한 GPT-5가 사실상 단순한 '모델 라우터'였다"며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 방어주로 발길 돌리는 자금

투자자 로드 풀(66)은 올해 기술주 추가 매수를 피하고 에너지 기업 듀크 에너지, 주택 건설사 DR 호튼, 헬스케어 펀드, 그리고 월마트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역사가 말해준다. 이런 AI 붐은 영원하지 않다"며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 계절적 요인도 변동성 확대

8월 중순은 월가의 휴가철로 거래량이 줄며 작은 변동에도 큰 파동이 일어나기 쉽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이민 정책이 경제를 흔드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기술주보다 경기민감 업종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 "AI 투자, 두 걸음 전진·한 걸음 후퇴"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이 신기술 투자 특유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eToro의 브렛 켄웰은 "AI 트렌드의 본질은 두세 걸음 앞으로 갔다가 곧장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큰 랠리와 냉정한 현실 확인이 반복되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