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K 주니어, 인공 색소 공격... 켈로그 인수 협상도 흔들려
인수 협상에 끼어든 '정치적 리스크'
6월 말, 이탈리아 식품 대기업 페레로(Ferrero)의 임원들이 미국 전역의 시리얼 공장을 돌며 특이한 보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WK 켈로그의 대표 시리얼 '후르츠 루프(Froot Loops)'에 들어간 인공 색소가 미국 아이들을 '중독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켈로그를 인수하려던 페레로는 곧 정치적 논란 속으로 뛰어드는 상황을 맞았다. 케네디 장관은 가공식품 단속을 공언하며 대형 식품기업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페레로는 인수 가격을 약 7,500만 달러 낮춰 31억 달러 규모에 켈로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MAHA'와 식품업계의 혼란
트럼프 정부의 보건정책 슬로건인 **"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은 이미 어려움에 직면한 대형 가공식품업체들을 뒤흔들고 있다. 각 주는 MAHA의 기치를 따라 특정 식품 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거나 기업들의 건강 주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레오 제조사 몬델리즈의 대런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매일 아침 새로운 규제가 제안된다"며 "히드라와 싸우는 것 같다. 머리 하나를 자르면 두 개가 다시 자란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대응: '색소 제거' 줄잇는 선언
6월 이후 크래프트 하인즈, 제너럴 밀스, 네슬레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내 제품에서 인공 색소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스(Mars)는 내년부터 일부 M&M's, 스키틀스 제품을 무색소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로비단체인 소비자브랜드협회(CBA)도 2027년까지 인공 색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켈로그의 위기와 '푸드 베이브'의 압박
켈로그는 이미 오랜 기간 판매 부진에 시달려왔다. 미국인들의 아침식탁에서 시리얼이 밀려나고 요거트·쉐이크·에너지바 등이 대체재로 떠올랐다.
케네디 장관은 후르츠 루프를 대표적인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켈로그가 캐나다에서는 천연 색소를 쓰면서, 미국 아이들에게는 인공 색소 제품을 판다고 비판했다.
푸드 운동가 바니 하리(활동명 '푸드 베이브')는 켈로그 본사 앞에서 "색소를 버려라" 시위를 이끌었고, SNS에서는 켈로그 CEO 게리 필닉을 직접 겨냥한 풍자물을 퍼뜨렸다.
업계의 로비와 '슬픔의 5단계'
식품업계는 워싱턴에서 로비전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안전하고 편리한 식품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내세웠고, CBA는 케네디 장관과 대형 식품 CEO들의 회동을 주선했다.
내부에서는 분열이 일어났다. 어떤 기업은 "슬픔의 5단계"를 거친 끝에 색소 제거를 수용했지만, 다른 기업들은 '퇴로 없는 방어전'을 외치며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
켈로그 매각과 페레로의 결단
장기적인 시리얼 소비 감소와 매출 하락은 켈로그가 결국 매각 결정을 내리게 만든 배경이다. 페레로는 이미 킷캣, 누텔라, 버터핑거 등 미국 브랜드를 잇따라 사들인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페레로는 규제 대응 비용이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유럽에서 이미 비슷한 규제를 경험한 점을 자신감으로 삼았다.
7월 10일 새벽, 켈로그 이사회는 약 30억 달러에 페레로 매각을 의결했다. 불과 일주일 뒤 켈로그는 2027년까지 모든 제품에서 인공 색소를 제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케네디 장관은 즉각 소셜미디어에서 "후르츠 루프가 마침내 상식으로 향하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