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남용 판단...중앙 경제 의제에 타격, 관세는 당분간 유지
미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인 '전 세계 보복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법원은 대통령이 비상경제권을 남용해 무역정책을 사실상 다시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대 4의 다수의견으로 하급심 판결을 유지하며,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 상고 절차를 고려해 오는 10월 중순까지 관세는 유지된다.
법원 "관세는 의회의 권한"
다수의견은 "IEEPA는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 시 여러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세금·관세 부과 권한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며 "헌법상 조세권은 입법부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조치가 "전례 없는 변혁적 정책"이라며 대법원이 확립한 '중대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적용했다.

판결은 특정 정파와 무관하게 내려졌으며, 양당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반대 의견을 낸 리처드 타란토 판사는 "IEEPA는 외교·무역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의도적으로 부여한 법"이라며 "전 세계적 관세 정책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관세는 여전히 전면 시행 중"이라며 판결을 '편향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결국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포하며 모든 교역 상대국에 일괄적으로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는 추가 관세를 매겼다. 이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고,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상 끝에 일부 관세는 8월부터 조정된 상태다.
경제·정치적 파장
이번 판결로 무효화된 '보복 관세'는 2026년 예상 관세수입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돼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에 상당한 공백이 예상된다. 다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특정 산업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부과한 별도의 관세는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행정부는 이를 확대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중국·멕시코·캐나다에 대한 일부 관세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밀매 방지 미흡을 이유로 정당화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州) 정부와 중소기업 연합은 "IEEPA는 그런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국제무역법원에 이어 항소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으로 향하는 길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심을 앞두고 법원에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면 미국은 EU·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맺은 합의를 지킬 수 없게 되고, 이는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원고 측을 대리한 자유정의센터(보수 성향 공익단체)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불법적 관세가 초래한 불확실성과 피해로부터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환영했다.
이번 사건은 결국 대법원 최종 판단으로 향할 전망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2기 경제 어젠다에 중대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