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특혜·경제난이 불씨... 시위 진압에도 불만 고조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국회의원들이 최저임금의 10배에 이르는 주택수당을 매달 받아왔다는 언론 보도가 터지면서 최악의 폭력 사태로 번진 시위가 잠시 주춤했지만, 국민들 사이의 깊은 분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학생 단체와 시민사회 그룹은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확산된 유혈 시위 이후 강화된 보안 조치에 대한 우려로 1일 시위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미 최소 5명이 숨졌으며, 분노는 계속 쌓이고 있다.
왜 분노가 터졌나
시위는 지난주 월요일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됐다. 학생과 노동조합원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의원들의 월 5천만 루피아(약 3,000달러) 주택수당 지급을 문제 삼았다. 이는 전국 최저임금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자카르타 법률구조재단(LBH)의 대니얼 위나르타는 CNN에 "서민들의 구매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임금은 정체돼 있고 생활비는 치솟고 있다"며 "국민은 고통받는데 국회의원들은 부를 과시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폭력으로 번진 계기
사태는 지난 8월 28일 목요일 밤, 자카르타에서 경찰 장갑차가 배달 라이더 아판 쿠르니아완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 격화됐다.
이후 주말 동안 전국 주요 도시로 시위가 확산되며 의사당 방화, 의원 주택 약탈이 잇따랐다. 틱톡은 현지 혼란을 이유로 인도네시아에서 며칠간 라이브 기능을 중단하기도 했다.
일요일에는 군이 대통령궁을 경비하는 가운데, 시위대가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의 자택을 습격하는 장면까지 벌어졌다.
정부의 양보와 강경책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31일 대통령궁에서 여야 지도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 특혜 축소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동시에 "약탈·폭력은 반역 혹은 테러 행위와 유사하다"며 군과 경찰에 강경 진압을 지시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는 "정부가 시위를 테러·외세 개입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민이 문제적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불만의 뿌리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전직 장성으로, 부패 척결과 자립 강화 공약을 내세웠으나 임기 1년도 안 돼 세 번째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다.
올해 들어 이미 **군사법 개정 반대 시위(2월), 노동절 시위(5월), 독립기념일 시위(8월)**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또 무상 급식 정책 시행 후 전국적으로 1천 명 이상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도로 유지보수 예산 삭감, 토지세 인상안 추진 등도 국민 분노를 키웠다.
인권운동가 안드레아스 하르소노는 "프라보워를 지지하는 군부와 재계 세력은 여전히 결집해 있지만, 다양한 불만을 가진 일반 국민은 변화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정치 분석가들은 향후 상황이 정부가 경제적 불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28세의 조르지아나 오거스틴은 CNN에 "국민의 분노는 오래된 경제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번 사태는 단지 촉매제일 뿐"이라며 "또 다른 시위가 벌어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