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펩시코(PepsiCo)에 약 40억 달러(약 5조4천억 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하고, 병입사업 구조 개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주가 반등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번 조치가 펩시코 주가를 최소 50%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점유율 하락과 부진한 실적

펩시코는 최근 미국 내 판매량에서 자사 대표 브랜드 '펩시'가 4위로 밀려나며 위기를 겪고 있다. 1위는 코카콜라, 2위는 큐릭 닥터페퍼가 보유한 닥터페퍼, 3위는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가 차지했다. 과거 코카콜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펩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린 셈이다.

펩시

(펩시콜라 )

식음료 양대 축 중 음식 부문은 한때 성장 엔진 역할을 했으나 최근 들어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북미 식품 부문은 2022년 말 이후 분기마다 성장세가 하락세로 전환했고, 웰스파고 분석가 크리스 캐리는 비용 구조 전면 재검토를 통해 최대 8억 달러의 절감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펩시코의 시가총액은 2023년 5월 2,700억 달러에서 최근 약 2,000억 달러로 줄어들며 25%가량 축소됐다.

엘리엇의 요구와 펩시코의 대응

엘리엇은 이날 펩시코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병입사업의 재가맹화(리프랜차이징, 지역 독립 병입업체에 운영권을 위임) ▲판매 부진 제품 정리 ▲구체적 실적 개선 계획 제시 등을 요구했다. 코카콜라는 이미 2017년 대규모 리프랜차이징을 마쳐 현재 시가총액 3,000억 달러에 근접하며 주가가 사상 최고치 근처를 기록하고 있다.

펩시코는 성명에서 "주주와의 대화를 중시하며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전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표적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불만과 향후 전망

일부 독립 병입업체들은 "수십 년간 펩시를 병입해왔지만 지금만큼 브랜드 상황이 나쁜 적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펩시코가 음료보다 식품 부문에 투자를 우선해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음료 부문(2024년 매출의 약 40%)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거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의 트리안 펀드 매니지먼트도 펩시코의 음료 부문 분사를 요구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CEO의 대응 전략

2018년부터 회사를 이끄는 라몬 라구아르타 CEO는 "소비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펩시코는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음료·스낵 유통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무첨가 성분 스낵 제품 출시 ▲펩시 제로슈거 판매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실적에서 북미 식품과 음료 모두 시장점유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주가는 소폭 반등했다.

엘리엇의 행보

운용자산 76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엘리엇은 최근 대형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지난해에는 하니웰 지분 5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해 회사 분할을 압박했고, 이후 이사회 진입에도 성공했다. 스타벅스에도 대규모 투자 후 CEO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펩시코 지분 확보는 엘리엇 역사상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향후 펩시코 경영진과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