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이 이익을 이끄는 주된 동력

미국 주요 기업들이 이번 분기에도 예상보다 높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소비 호황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몬스터 베버리지, 에스티로더 등은 신규 고용을 억제하고 자동화·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필요할 때는 가격을 인상하면서 수익성을 지켜내고 있다.

C.H. 로빈슨의 최고재무책임자 데이먼 리는 "이제는 인력 의존도가 낮다"며 자동화 프로젝트 덕분에 2022년 이후 생산성이 3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결과는 더 적은 인력, 더 높은 생산성"이라고 강조했다.

CH 로빈슨
(CH 로빈슨. 웹사이트)

소비자·직장인들의 불안 고조

기업과 투자자들이 누리는 이익과 달리, 소비자와 직원들의 불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 소비심리: 8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다시 하락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악화됐다.
  • 직장 내 분위기: 글로벌 컨설팅사 콘 페리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 이상이 관리직이 대폭 감축됐다고 답했으며, 많은 직원이 **"상사가 줄어 방향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 고용 불안: 또 다른 조사에서는 절반의 응답자가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를 예상했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조차도 고용 안정성에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소비자 지출 둔화 조짐

경제 데이터는 이미 소비자들의 긴축을 반영하고 있다.

7월에는 외식·여가 지출이 전월 대비 감소했고, 의료·서비스 지출도 둔화됐다.

간식 매출은 줄었으며, P&G는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재고를 먼저 소진한 뒤에야 다시 구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 리스크' 언급 빈도는 2분기 들어 3배 증가했다.

관세·공급망 변수와 기업 전략

스펙트럼 브랜즈는 곤충 기피제와 애견용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최근 감원과 사무실 축소, 가격 인상으로 비용을 낮췄다.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마우라는 "소비자 수요와 관세 압박에 맞춰 비용 구조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은 매출은 10% 줄었지만 이익은 7% 증가했다.

EPS는 상승, 매출은 정체

S&P 500 기업들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약 13% 증가, 최근 2년간 상위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증가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소매업체들은 2021년 이후 매출 증가 대부분이 가격 인상 덕분이었으며, 판매량은 거의 늘지 않았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소비자가 가격 인상에 저항하기 시작하면 성장세는 멈추거나 역전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자사주 매입 효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EPS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2분기 S&P 500 실적 개선분 중 약 1.3%포인트는 매입 효과에서 비롯됐다. 특히 6개 기업 중 1곳은 자사주 매입 덕에 이익 성장률이 최소 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23년 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망과 과제

이번 호실적은 비용 절감, 자동화, 가격 인상으로 가능했지만, 이는 소비자 지출 위축과 직원 사기 저하라는 잠재적 위험 신호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