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동석 시진핑, 신무기 공개하며 '신세계 질서' 주창

천안문광장에 펼쳐진 대규모 군사력

중국은 3일(수) 베이징에서 열린 제2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첨단 무기와 수만 병력을 선보이며, 스스로를 새로운 세계 질서의 기수로 자리매김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구상을 과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짙었다. WSJ에 따르면 퍼레이드에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 양옆에 나란히 자리해, 반(反)서방 연대를 강조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중국과 인민들에게 위대한 축하의 날이 되길 바란다"고 덕담한 뒤, "푸틴과 김정은에게 안부를 전하라. 당신들이 미국에 맞서 음모를 꾸미고 있을 때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시진핑 연설과 무기 공개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세계 평화를 지켜냈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연설 직후 공개된 무기에는 극초음속 탑재 미사일, 무인 전투체계, 사이버전 부대 등이 포함됐다. 육·해·공 드론, 전략 미사일, 정보전 장비까지 총출동하며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직 미 국무부 관리 대니얼 러셀은 "국내적으로는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하고, 중국 공산당이 주권 수호자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반미 블록' 강화와 경제적 그림자

이번 행사에는 이란을 포함한 26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며,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일부 정상들도 베이징을 찾았다.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대안 세력을 자처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반영한다.

그러나 중국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 청년 실업률 급등
  • 부채 증가
  • 장기화된 부동산 위기

게다가 최근 2년간의 군 내부 숙청으로 인해 지휘 체계와 전투 준비태세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미 견제와 현대화 목표

시 주석은 퍼레이드를 통해 중국군을 **"세계적 강군"**으로 부각시키려 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지난 10년간 약 2배 증가해 2,500억 달러 수준에 달하며, 핵무기 보유량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함정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자기 캐터펄트 항공모함도 곧 취역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전투 능력은 불확실하다. 중국군은 1979이후 전면전을 치른 적이 없다.

싱가포르 RSIS의 드루 톰프슨 연구원은 "퍼레이드는 무기 체계가 효과적으로 통합·운용되는지, 군인들이 제대로 훈련받았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퍼레이드 현장의 장관

이날 퍼레이드에는 1만여 명의 병력과 수백 대의 군 장비가 동원됐다. 핵 탑재 탄도미사일 행진 때는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고, 전투기·폭격기 편대가 굉음을 내며 상공을 가른 뒤 8마리의 비둘기가 방출되며 행사가 마무리됐다.

역사와 메시지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항일 전쟁 당시의 희생을 기리고, 공산당이 전후 국제 질서 형성의 핵심 기여자임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불안정 요인으로 비판하는 담론에 맞서려는 역사 전쟁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오늘날 인류는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립, 상생과 제로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중국 인민은 역사에서 올바른 편에 확고히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의 중국사학자 빈센트 창은 "시 주석은 **'민족 부흥을 위해 다시 희생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담았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