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의 협력으로 트럼프 행정부 지지 신호... 동시에 중국 반도체 시장 확대 노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균형잡기는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에 50달러를 투자한 엔비디아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정부에 10% 지분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황 CEO는 인텔의 립부 탄 CEO와 함께 화상 회의에 나서 데이터센터와 PC용 프로세서 공동 생산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엔비디아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위해 맞춤 설계해 트럼프 대통령의 수출 승인을 받은 H20 AI 은 고객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

트럼프와 젠슨황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는 젠슨 황 앤비디아 최고 경영자. 자료화면)

황 CEO의 과제는 미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지키는 동시에, 거대한 중국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엔비디아 AI 칩의 수출을 최소한의 제약 속에 허용하는 것이 양국 모두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의 추격과 미국의 고민

시간은 많지 않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자체 칩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목요일 새로운 세대의 칩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입지를 위협했다.

미 정부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의 중국 판매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불확실하다.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강경파들은 반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번 H20 수출 승인 때처럼 판매 수익의 일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내 수요가 존재하는 경우 칩 수출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칩 보안법(Chip Security Act)'**을 발의해 미국산 칩에 추적 장치를 의무화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엔비디아 제품 사용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리게 한 계기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의 입장은 정말 난처하다. 여러 주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라이언 페다시우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인텔과의 거래, 그리고 정치적 의미

이번 협력에서 인텔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학습용 칩을 생산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의 긴밀한 결합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텔은 미국 정부를 최대 주주로 맞이했고, 엔비디아는 중국 칩 매출의 15%를 정부에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황 CEO는 "이번 논의는 1년 가까이 이어졌고 행정부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이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틱톡 거래와 연계 가능성

엔비디아는 미·중 무역 협상의 중심에 서 있다. 금요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틱톡 매각 협상 역시 엔비디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틱톡 거래와 블랙웰 수출 승인이 패키지 협상으로 묶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화이트하우스 AI 고문 데이비드 색스와 측근들은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체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히려 수출 제한이 화웨이와 중국 업체에 유리하다고 본다.

"만약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이 화웨이가 원하는 방향과 같다면, 그 자체가 문제 아닌가?"
- 스리람 크리슈난, 백악관 AI 수석 정책 고문

중국의 시각과 민족주의 압력

중국 내 많은 이들은 황 CEO를 여전히 중국에 우호적인 인물로 여기고 있다. 대만 출신 이민자라는 배경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엔비디아의 기술 우위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를 공격하는 것은 곧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행위라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H20 칩은 이미 구식"이라며, 성능을 30% 줄인 블랙웰 칩만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중국을 자극했다. 엔비디아는 실제로 이를 반영한 'B30' 모델을 미국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정치권의 반발

공화당의 짐 뱅크스 상원의원은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해 "미국 내 수요를 먼저 충족해야 한다"는 수출 제한 조항을 추진 중이다.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중국에 칩을 파는 것은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한 위험한 거래"라며 "이번 임기 중 가장 재앙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