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이민 시스템을 뒤흔들고 세수 확대·미국인 고용 촉진을 노린 조치

  •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 출신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는 H-1B 비자에 연 10만달러 추가 수수료를 부과.

  • 동시에 100만달러를 납부하면 미국 영주권을 부여하는 '골드 카드'를 발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편한다며 H-1B 비자에 고액의 신규 수수료를 붙이고, 100만달러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보장하는 '골드 카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연 10만달러 H-1B 수수료는, 기술기업들이 미국인 고용을 회피하는 데 이 제도를 이용해 왔다고 보는 행정부의 인식에 따른 조치다. 현재 H-1B 신청자는 소액의 로터리(추첨) 응모 수수료를 내고, 추첨에 당첨되면 실제 심사를 위한 더 큰 금액을 납부한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로그램 변경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하며 "우리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매우 성공한 사람들이다. 국경을 걸어서 넘어오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연설을 위해 나온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에 서명한 행정명령은, 미 재무부에 100만달러(기업 후원 시 200만달러)를 납부하면 받을 수 있는 골드 카드를 시행한다. 이 비자는 신속 심사가 이뤄지며, 국토안보부의 심사비 1만5,000달러가 별도로 부과된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이 비자가 한 달 내 다른 유사 고용기반 영주권 경로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 카드는 정부가 해당 인사가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부여하는 EB-1·EB-2 범주를 활용한다. 루트닉 장관은 이 비자를 8만 건 제공할 예정이며, 현재 매년 발급되는 14만 건의 고용기반 영주권보다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다른 고용기반 비자 범주는 중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거둬들일 것"이라며 "그 돈으로 세금을 낮추고 부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H-1B 제도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기술기업들과 대립하게 만든 사안이다. 아마존, 구글, 테슬라는 이 비자의 최대 이용자에 속하며, 기업들은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컴퓨터 과학·공학 등 분야의 외국인 고급 인력을 임시로 고용한다. 인도 출신 근로자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루트닉 장관은 수수료 인상의 목적이 "기업들이 미국인을 먼저 고용하게 하고,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최고 중의 최고가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1B 수수료는 통상 후원 고용주가 부담한다. 현재 로터리 응모에는 215달러, 비자 신청서 제출에는 5,000달러 이상의 수수료가 든다(법률대리 비용 제외).

행정부는 또한 '플래티넘 카드' 도입을 검토 중이다. 500만달러를 내면, 개인이 비미국 소득에 대한 과세 없이 1년 중 최대 270일을 미국에 체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이 프로그램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 조치가 법적 쟁송에 직면할지는 불확실하다. 통상 새로운 비자 수수료는 의회가 정하거나, 행정규칙 제정을 통해 수개월간의 예고·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친테크 단체인 체임버 오브 프로그레스의 애덤 코바체비치는 H-1B 수수료 인상이 특히 자원이 제한된 중소기업의 이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책이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의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정책이 대통령이 표방한 'AI 경쟁에서 승리'라는 목표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행정부가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한다"고 그는 말했다.

H-1B 제도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와 지지층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왔다. 일부 MAGA 성향 인사들은 이 제도가 주로 인도인 남성이 고소득 기술·공학 일자리를 미국인에게서 빼앗게 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데이비드 색스 AI 정책 책임자를 포함한 보다 친기업적 공화당 인사들은 글로벌 최고 인재를 영입하는 데 이 제도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루트닉 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기술기업들은 동의했다. 그들과 이미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민정책의 대표적 지지자였던 일론 머스크는 올봄 행정부를 떠나며 그 역할에서 이탈했다. 한편 H-1B와 기타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미국이민국(USCIS)**의 조지프 에드로 국장은 보다 회의적인 입장이다.

에드로 국장 체제에서 이 기관은 고임금 신청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새로운 규정을 준비해 왔지만, 그 규정은 백악관에 의해 보류돼 왔다고 사안에 정통한 인사들은 전했다.

1990년 의회가 만든 H-1B 프로그램은 고숙련 외국 인력의 주요 미국 진입 경로다. 비자 소지자는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영주권 신청 자격을 추후 갖게 된다.

프로그램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한다. 매년 85,000건의 신규 비자 상한이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수십만 건의 청원을 제출하며, 추첨으로 수혜자가 결정된다. 대학·비영리기관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상한에서 제외된다.

전미정책재단(NFAP)**이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약 70만명의 H-1B 소지자가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영주권 적체로 인해 10년 이상 미국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