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이 각각 연설을 통해 상반된 비전을 제시했다.
두 정상은 모두 세계 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언급했지만, 트럼프는 "글로벌리즘 거부와 주권 강화"를, 이재명은 "민주주의 확대와 다자주의 협력"을 각각 해법으로 강조하면서 대조를 이루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때 객석이 꽉 차 있던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연설할때는 텅빈 객석도 대조를 이루었다.
글로벌리즘 vs 다자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글로벌리즘은 실패한 실험"이라며, 국가의 정체성과 번영은 철저히 자국의 국경과 주권을 지키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의 80년 역사를 "연대와 협력의 역사"라고 평가하며,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다자주의 협력뿐"이라고 말했다.
국경 봉쇄 vs 교류 확대
트럼프는 이민 문제를 "범죄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불법 입국자는 모두 감옥에 가거나 송환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을 향해서도 "이민 이동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침략을 막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대로 이재명은 남북관계 구상을 언급하며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 전략을 통해 평화공존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단계적 교류 확대를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로 제시했다.
기후·에너지: 녹색 전환 거부 vs 기후 대응 선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비싸고 불안정한 전력원"이라 비판하며, "All green is all bankrupt"라는 강경 발언으로 녹색 아젠다 자체를 부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반대로 "AI와 첨단기술을 기후 위기 대응에 활용하겠다"며, 에너지 효율 향상·재생에너지 확대·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등을 약속했다. 또한 2028년 칠레와 공동 주최하는 유엔 해양총회를 통해 지속 가능한 해양 발전 연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기구 비판 vs 국제기구 강화
트럼프는 유엔을 "강경 성명만 남발하고 실행은 없는 기관"이라고 규정하며, "평화를 지켜온 것은 미국의 힘이지 유엔이 아니었다"고 직격했다.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지난 80년은 곧 유엔의 성취 그 자체"라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적극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유엔80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며, 안보리의 대표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한 개혁도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 vs 민주주의 가치
트럼프는 "언론·종교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특히 기독교 보호를 강조했지만, 이는 자유를 규범적 우위에 두는 보수적 관점이었다.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은 세계 시민 모두의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국제문제 해결의 보편적 원리로 확장시켰다. 그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기아, 분쟁, 기후위기 해결의 해법"이라고 못박았다.
한반도 문제: 비핵화 단계론 vs 침묵
트럼프는 이번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과거 '압박과 억지' 기조를 강조해온 바 있다.
이재명은 한반도 평화 구상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며, 비핵화 단계론(중단-축소-폐기) 을 국제사회와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실용적·점진적 접근을 통한 신뢰 회복을 중시한 것이다.
대조적 메시지의 함의
- 트럼프의 연설: 국제 질서를 규제하는 글로벌리즘·유엔 체제를 "비효율적이고 위선적"이라고 비판, 미국의 주권·국경·산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국가주의적·보수주의적 비전.
- 이재명의 연설: 유엔의 성취를 "대한민국의 역사"와 연결하며, 민주주의·다자주의·협력을 통해 위기 극복을 촉구하는 국제주의적·진보주의적 비전.
같은 유엔 무대에서 마주한 두 정상의 연설은 국제정치의 두 흐름-주권주의와 다자주의- 가 극명하게 갈라져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국경과 주권을 내세운 현실주의적 방파제를 세웠고, 이재명은 민주주의와 연대를 강조하며 다자주의적 이상주의를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