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은 이민 억제·마약 차단·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무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십 년 만에 볼 수 있는 강경한 방식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그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원해 이 지역을 사실상 '미국의 배타적 영향권'으로 다루고 있다.
WSJ에 따르면, 냉전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중미 좌파 반군과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권에 맞섰던 때 이후로, 이 지역에 이렇게 큰 압박을 행사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파타고니아에 이르기까지 반대 세력에는 고율 관세·공습·거친 수사를 퍼붓고, 동조하는 국가에는 안보 지원과 경제 거래를 제공한다. 한 분석가는 이를 19세기 '먼로 독트린'에 빗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라 불렀다.
전략적 배경과 목표
트럼프 대통령에게 라틴아메리카는 이민 차단과 마약 유입 방지, 그리고 최근 수십 년간 영향력을 넓힌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지역이다.
워싱턴의 정책그룹 '인터-아메리칸 대화'의 마이클 쉬프터 연구원은 "트럼프만큼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며, 그의 사고방식은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뒷마당이자 전략적 특권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처럼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지도자는 혜택을 얻고 있다. 반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그의 압박 대상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 라인업
라틴아메리카 정책을 주도하는 외교팀은 이 지역 경험이 풍부하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계 이민자의 아들로, 우크라이나·가자 지구 문제를 다루면서도 라틴아메리카를 자주 방문했다. 차관 크리스토퍼 랜도는 전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이며, 멕시코 신임 대사 론 존슨은 라틴아메리카 경험이 많은 전직 정보요원이다.
루비오는 기고문에서 "이전 정부들이 서반구를 방치해 문제를 키우고 기회를 놓쳤다"며 "이제 그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책과의 단절
클린턴 대통령은 무역 확대를, 조지 W. 부시는 민주주의 증진과 마약과의 전쟁을,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 외교 정상화를 시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념과 무관하게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와 협력하며 베네수엘라 선거를 지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노선을 바꾸어 대결적 접근을 택했다. 그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다시 장악하겠다"고 했고, 며칠 뒤에는 콜롬비아가 추방된 이민자 항공편을 수용하지 않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페트로 대통령은 물러섰다.
개별 지도자와의 거래
트럼프 정책은 지도자의 성향과 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는 트럼프와 엘론 머스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친밀감을 쌓아왔고, 최근 미국은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최대 200억 달러 지원 가능성을 밝혔다.
반면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은 트럼프의 "낙제점 평가"를 받았고, 뉴욕 시위에서 미군에 불복종을 촉구한 뒤 비자가 취소됐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한 마약선박을 공습하기도 했다.
지역 반발과 중국 변수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강압적 접근이 오히려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무역·투자 기회를 확대하며 이를 파고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벤저민 게단 연구원은 "이는 지역 파트너가 아닌 지배자로 군림하려는 태도"라며 "협력보다 굴복을 강요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은 아마존 산림 파괴 방지, 중미 일자리 창출, 콜롬비아 농민 토지 등록 지원 등 지역 호감을 쌓던 원조 프로그램을 축소해 민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질과의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을 겨냥해 50% 관세를 부과하고, 룰라 대통령을 "검열과 탄압의 주범"이라 비난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우리의 민주주의와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경 대응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는 같은 연설에서 룰라 대통령과 "잠시 포옹했고, 좋은 화학 반응을 느꼈다"고 말하며 양가적 태도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