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정부보다 기업에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때는 국가가 재정 위기나 디폴트 위험에 직면했을 때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존슨앤드존슨 같은 초우량 기업의 채권 수익률이 미 국채보다 낮게 거래되는 이례적인 현상은 전혀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바로 기업 채권 수요가 과열될 정도로 뜨겁다는 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자료화면)

비정상적인 마이너스 스프레드

WSJ에 따르면, AAA 등급 미국 기업채권 중 일부는 현재 동일 만기의 미 국채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기업은 정부보다 부도 위험이 높고, 기업채권은 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보상이 더 붙어야 한다. 그러나 ICE BofA AAA 미국 기업채권 지수의 스프레드는 불과 0.3%포인트로, 과거 경기침체기 2%포인트 이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채권운용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국채보다 거래가 어려운 상품에 더 낮은 수익률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전성' 때문은 아니다

이 현상을 두고 기업 채권이 더 안전해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이미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등급을 잃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과세권을 가지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95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장기부채는 400억 달러에 불과하며, 인공지능 사업 호조로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30조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고,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수급 불균형

핵심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 연방정부는 막대한 적자 재정으로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 반대로, 우량 기업들은 높은 수익성 덕분에 차입 수요가 줄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은 "기업 신용시장은 공급이 거의 없는데 유입되는 돈은 많아 매우 불편한 수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 가지 이론

월가에서는 왜 투자자들이 국채보다 낮은 금리를 받고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채권을 사는지 세 가지 설명을 제시한다.

  1. 인덱스 펀드 효과
    패시브 자금이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으로 몰리며, 단순히 지수 구성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입한다. 이 경우 국채보다 불리한 조건이어도 매수하게 된다.

  2. 절대 수익률 집중
    금리 인상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스프레드"보다 "수익률 자체"에 더 주목한다.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이라면 국채보다 0.02% 낮은 수익률이라도 초우량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3. 연기금·보험사의 스왑 스프레드 기준
    이들은 국채 대비 스프레드보다 금리스왑 대비 스프레드를 중시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국채가 더 나은 수익률과 유동성을 제공하더라도 기업채권의 불리함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디폴트할 가능성은 없지만, 초우량 기업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위험 대비 보상이 거의 없는 상태"에 주의해야 한다. 국채보다 낮은 수익률을 주는 기업채권은 수급 불균형과 시장 구조 탓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투자자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