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일요일 새벽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이유로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 정부가 서방과의 대결 혹은 외교 협상 중 어느 길을 택할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AP통신이 28일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이란 국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며, 식료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스냅백' 발동, 자산 동결·무기 거래 중단

이번 제재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에 포함된 '스냅백(snapback)' 조항에 따라 발동됐다. 주요 내용은 △이란의 해외 자산 동결 △이란과의 무기 거래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개발 제재 재개 등이다.

UN총회 일반토의

(UN총회. 자료화면)

이란 의회는 제재를 "불법적"이라 규탄한 뒤 비공개 회의로 들어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대상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무기 개발 가속화 가능성까지 포함됐다. 현지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나아가 미국 간 새로운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충격: 리알화 폭락, 물가 급등

제재 발표 직후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110만 리알이라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 급등은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을 끌어올려 국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테헤란 시민 모센 라하에이(49)는 "정부가 협상해야 한다. 언제까지 싸울 것인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며 외교 복귀를 촉구했다.

이란 의회와 지도부의 강경 발언

이란 의회는 유엔 결의를 따르는 국가들에 "심각한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불법적 결의에 기반해 행동하는 국가는 반드시 이란의 대응을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와 정규군 지휘부도 일제히 성명을 내 "어떤 공격에도 대비돼 있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스라엘은 이번 제재를 환영하며 "핵무장한 이란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적 갈림길

이란은 유엔 총회 기간 막판 외교전을 벌였지만 중국·러시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제재 재개를 막지 못했다. 이스마일 코사리 의원은 "의회가 NPT 탈퇴를 논의할 것"이라 했으나, 실제 핵무기 개발 여부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결정에 달려 있다. 하메네이는 과거 원자폭탄 개발을 금지하는 **종교적 파트와(fatwa)**를 발동한 바 있다.

한편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이번 조치는 결단력 있는 세계적 리더십의 발현"이라 평가하며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단, 이란이 직접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의 엇갈린 반응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제재의 효과를 축소하며 "일부 손해는 있겠지만 서방이 의도적으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헤란 주민 나자리(성만 공개)는 "북한처럼 고립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협상 중단에 우려를 표했다.

이번 제재는 이란 핵합의 이후 가장 중대한 분수령으로, 테헤란이 핵확산금지조약 탈퇴·핵무기 보유 노선으로 선회할지, 아니면 경제 회복을 위한 외교 재개로 나아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