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영 유지 위한 표결 거부...트럼프 행정부와 정면 대치

연방정부 셧다운 시한이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의료보조금 연장을 조건으로 표결 협조를 거부하며 드물게 당내 단합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의회는 정부 자금 집행을 위한 법안 처리를 시도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세제 혜택(ACA 보조금) 축소를 되돌리고 메디케이드 삭감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민주당을 "인질범"에 비유하며 "국민의 정부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슈머·제프리스, 트럼프와 담판 불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와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뉴욕)는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슈머는 지난 3월 단기 지출안 처리에 협조해 당내 반발을 샀던 전례를 의식해 이번에는 "양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밤 진행된 민주당 하원 의원 총회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1년간 전략을 놓고 갈등을 거듭했지만, 의료비 절감을 내세운 이번 사안에서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뉴멕시코주 게이브 바스케스 하원의원은 "우리는 국민의 건강보험을 지키기 위해 단결했다"며 "유권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ACA 보조금 연장 쟁점화

논란의 핵심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도입된 강화된 ACA 보조금이다. 이 보조금은 올해 말 만료될 예정이며, 연장하지 않을 경우 수천만 명의 보험료가 연간 수백 달러 이상 급등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를 내년 중간선거까지 이어갈 '먹고사는 문제' 프레임으로 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KFF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63%, 무당층의 80%, 민주당 지지층의 91%가 보조금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은 "정부를 먼저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밴스 부통령은 "국민의 정부를 인질로 잡은 뒤 모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협상 거부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내부 이견과 정치적 계산

민주당의 결집에도 일부 이탈표는 존재한다. 펜실베이니아의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이달 초 공화당이 발의한 7주 단기 지출안에 찬성해 진보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메인주의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골든 의원은 "민주당이 셧다운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유권자들은 결국 양당 모두를 탓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조지아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처럼 공화당 우세 지역구에서 재선에 나서는 의원들에게는 셧다운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소프는 "국민 건강보험을 지키는 동시에 정부를 열어두는 것이 옳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민주당의 장기적 고민

트럼프 재선 이후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과 내부 분열에 시달려왔다. 중도파는 당이 진보세력에 휘둘린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진보파는 지도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서며 유권자 동원력도 약화됐다.

진보 성향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슈머 대표의 지도력에 불신을 드러내며 "3월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내각설을 주도해온 진보단체 '아워 레볼루션'은 자체 설문에서 "셧다운을 감수하고서라도 의료보조금 연장을 쟁취해야 한다"는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은퇴를 앞둔 뉴햄프셔의 진보 성향 중도파 진 샤힌 상원의원은 "양측 모두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문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풀 수 있는데, 그 의지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