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에서 데이터센터로 전략 전환...오픈AI와의 초대형 계약으로 '1조 달러 클럽' 도전
2014년 리사 수(Lisa Su)가 반도체 기업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을 당시, 회사의 시가총액은 3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AMD의 기업 가치는 3,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00배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은 AMD가 게이밍 그래픽카드와 PC용 프로세서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혁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에 집중한 전략 전환 덕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AMD 주가는 7일(화) 24% 급등했다. 오픈AI(OpenA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오픈AI는 AMD의 반도체 수만 개를 구매해, 6기가와트(GW) 규모의 연산 능력을 갖춘 AI 추론(inference)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추론 기능은 AI 모델이 사용자 요청에 응답하도록 하는 핵심 처리 과정이다.
이번 거래는 AMD 주가 상승에 불을 붙였으며,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Nvidia)에 맞서는 AMD의 도전 의지를 한층 강화시켰다.
계약 조건에 따르면 오픈AI는 일정한 배포 목표를 달성하고 AMD 주가가 상승할 경우, 주당 1센트의 상징적 가격으로 AMD 주식 1억6천만 주를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주식매수권)를 받게 된다. AMD 주가가 600달러에 도달해야 마지막 물량이 지급되며, 이는 곧 AMD가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의미다.
현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조5천억 달러로 AMD의 약 14배에 달한다. AI 학습 및 추론을 위한 GPU 시장 점유율도 75%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브로드컴(Broadcom)과 같은 맞춤형 칩 생산업체뿐 아니라, 자체 칩 설계를 시작한 대형 고객사들의 압박도 받고 있다.
■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이 불러올 산업 변화
이번 오픈AI 계약은 시장의 힘의 균형을 AMD 쪽으로 일부 이동시켰다는 평가다. AMD가 이 변곡점에 도달한 것은 장기적인 전략 계획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리사 수 CEO는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차세대 AI를 이끌 핵심 워크로드가 무엇인지 분석해 왔다"며 "이번 계약은 우리가 해온 일의 대규모 확장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AMD의 주요 경쟁자는 인텔(Intel)이었다. 인텔은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제조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기술 지연에 시달렸다. AMD는 이미 2009년 제조 부문을 분사해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로 독립시킨 반면, 인텔은 여전히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MD는 2018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으로 방향을 틀며, 데이터센터용 GPU '인스팅트(Instinct)'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AMD의 첫 AI 전용 반도체 라인으로, 이후 회사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칩 및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을 뒤쫓아왔다.
최근 몇 년간 AI 연구소들이 초거대 모델 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수십억~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의 초점은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AI 응용을 확대하면서, 추론 시장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컴퓨팅 자원이 학습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추론 수요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조지타운대 AI 보안기술센터의 제이컵 펠드고이스 연구원은 말했다. "AMD는 추론용 솔루션의 선호 공급자로 자리 잡기 위해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리사 수 CEO와 오픈AI 경영진 역시 AI 산업의 주요 동력은 '추론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I 생태계가 커질수록, 개발자에게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기업은 막대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 AMD의 강점: 가격, 효율성, 그리고 '공급 여력'
AMD가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은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AMD의 칩은 엔비디아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둘째, 효율성과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셋째, 공급 측면에서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칩은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지만, 그만큼 수요가 폭주해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이 틈을 타 AMD는 '합리적인 가격과 충분한 물량'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그렉 브록먼은 "세계는 AI 추론 수요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지금은 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대다. 이 시장은 제로섬이 아니라, 모두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플러스섬' 시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