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메이·프레디맥 상장 주관 놓고 초대형 은행들 백악관 '출정전'...사상 최대 공모 가능성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주택금융기관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상장(IPO) 주관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백악관의 예측 불가한 분위기 속에서 '가장 기이한 IPO 경쟁전(bake-off)'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여름,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사의 주관 적격성을 설명했다. 발표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체육위원회의 운동선수들을 방으로 불러들였고, 솔로몬은 전 프로레슬러 '트리플 H'(Paul Levesque)와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 장면은 이번 IPO 경쟁의 '비정상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모두가 이 거래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현재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미국 6대 은행의 CEO들이 잇따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에게 구애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 빌 풀트(Bill Pulte)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 등과도 접촉하며 유리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규모 투자은행들로부터도 문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가들은 "투자자·정부·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완벽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백악관의 비전을 추켜세우며 자신들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행정부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기업가치를 합산 약 5,000억 달러로 평가하고, IPO를 통해 약 300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가 공동 상장을 진행할 경우, 이는 사우디 아람코(Aramco)의 상장 규모를 넘어 세계 최대 IPO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은행이 "가치는 5,000억 달러보다 낮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행정부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전언도 있다.)
■ 복잡한 구조와 정치적 위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이후 '공적 관리체계(conservatorship)' 아래 운영되어 왔다. 두 기관은 미국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가량을 간접적으로 보증하고 있어, IPO 구조가 잘못 설계될 경우 모기지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베센트 장관은 이런 부작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한 은행 로비스트는 "대통령이 기분이 상하면 그 은행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관세 발언에 불만을 표하며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는 대통령이 보수층 계좌폐쇄('디뱅킹') 논란 관련 행정명령을 준비하던 시기에 백악관을 방문했는데, 당시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다른 주제로 새지 않기를 바랐다"고 전해졌다.
■ '리드 주관사' 2석을 둘러싼 각축
시장에서는 6대 은행 모두가 일정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핵심인 '공동 대표주관(lead underwriter)' 자리 두 개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해당 자리는 수수료가 크고 명예도 높다.
정부 셧다운 이전까지는 연내 착수를 목표로 리드 주관사를 곧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베센트 장관과 풀트 청장이 추진 속도와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옵션을 제시하기 위한 심사숙고의 과정"이라며 내부 갈등설을 일축했다. FHFA 역시 "베센트, 풀트, 루트닉 세 사람이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 '위대한 미국 모기지 공사(The Great American Mortgage Corporation)'
2008년 구제금융 당시 재무부는 두 회사의 보통주 약 80%를 매수할 수 있는 워런트(주식매수권)를 확보했으며, 우선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대표적으로 빌 애크먼)은 오래전부터 민영화 전환을 노리며 보통주와 후순위 우선주를 매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정부가 패니메이·프레디맥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세부 구조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많다.
은행가들이 제시한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
두 기관이 IPO 이후에도 정부 관리 하에 남을 것인가?
-
재무부의 지분과 민간투자자의 지분을 어떻게 구분·처리할 것인가?
-
IPO가 주택금리 상승을 유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시장의 수요가 충분한가, 그리고 해외 국부펀드가 얼마나 참여할 것인가?
풀트 청장은 "두 기관은 일정 부분 정부 통제 아래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나, 일부 은행들은 정치적 영향력 아래 있는 회사의 주식을 투자자들이 꺼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어떤 은행은 "일정 기간 내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가 주식을 되팔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또 다른 은행은 "IPO 신주가 재무부 보유 우선주보다 상위 청구권을 갖도록 설계해 투자자 위험을 줄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서로의 제안 내용을 파악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위대한 미국 모기지 공사(Great American Mortgage Corporation)'라는 이름으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벨을 울리는 자신을 묘사한 AI 합성 이미지를 올리자, 월가에서는 "저 이미지는 어느 은행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져온 것일까?"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결국, 그 이미지는 풀트 청장이 만든 자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