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직접 페소 매입...IMF와 공동 논의 
베센트 "이건 구제금융이 아니라 전략적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경제를 지탱하겠다는 약속을 실행에 옮기며, 미 재무부가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확정하고 공개시장에서 페소화를 직접 매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조치로 아르헨티나 페소와 달러 표시 국채가 급등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확장된 형태로 동맹국을 안정시키려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미 재무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예외적 조치를 즉각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위키)

이날 아르헨티나 2035년 만기 국채는 달러당 4.5센트 상승해 60.5센트에 거래됐고, 페소는 달러당 1,418페소로 마감하며 하루 0.8% 상승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는 5.3% 올랐고, 미국 시장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주식도 13% 상승했다.

이번 발표는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의 4일간의 협의 후 나왔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IMF는 이미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강력한 재정 규율과 외환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며 미국의 조치를 환영했다.

"구제금융 아냐, 전략적 투자다"

베센트 장관은 폭스뉴스 '잉그램 앵글(The Ingraham Angle)'에서 "이번 조치는 구제금융이 아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직접 돈이 간 것도 없다"며 "환율안정기금(ESF)은 한 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고, 이번에도 그럴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위한 것이며, 밀레이 대통령이 약속한 '중국의 영향력 축소'와 미국 기업의 희토류·우라늄 개발 진출이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스와프 구조나 매입 규모 등 구체적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America First, 고립이 아닌 리더십"

베센트는 과거 재무부 연설에서 "America First는 America Alone(미국만 잘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동맹국과의 협력 속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아르헨티나 지원도 그러한 '확장된 미국 우선주의'의 실천적 사례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발언에서 "미국만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 개입이 서반구에서의 미국 영향력 복원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순히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넘어서, 지정학적 안정까지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밀레이에 대한 정치적 '안전판'

이번 조치는 10월 26일로 예정된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밀레이 대통령의 자유우파 정당에 정치적 '안전판(backstop)'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야당은 대통령령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으로, 선거에서 의석을 확대하지 못할 경우 밀레이의 긴축 개혁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UBS의 샤메일라 칸 신흥시장 채권 총괄은 "이번 조치는 밀레이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램머시의 캐서린 엑섬은 "중간선거 이후의 환율·정책 조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는 "밀레이의 개혁 성공은 서반구 번영의 관건이며, 이는 미국의 체계적 이해와 직결된다"고 밝혔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

밀레이 대통령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X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경제적 자유와 번영의 반구를 만들기 위해 함께할 것"이라며 트럼프와 베센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투자자들도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뱅크인베스트의 에두아르도 오르도네스 부에소 매니저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르헨티나 경제는 완전 붕괴를 맞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미국 셧다운 중에 외국 지원이라니"

미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자국 정부 셧다운으로 공무원 급여도 못 주는 상황에서 외국 정부와 투자자 구제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부는 멈춰 세우면서 외국 정부를 떠받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환율안정기금을 해외 정부 지원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