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장 상승세가 무역전쟁 긴장에 면역이라 믿었던 투자자들 충격 받아
투자자들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어느 때보다 시장의 뜨거운 투자 종목들을 신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월스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대규모(massive)"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발언으로 촉발된 주식시장 급락은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낙폭의 폭넓음과 초점이 고성장 기술주와 중소 은행주에 맞춰지면서, 올해 내내 무역전쟁 우려를 비웃어온 일부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매도세는 투자자들을 불편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엔비디아(Nvidia)나 로빈후드(Robinhood)처럼 최대 수혜주들은 여전히 건전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감세, 견조한 기업이익, 금리 인하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번 조정의 폭은 기술주가 정치적 흐름 변화에 여전히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은행주의 하락은 중국과의 무역분쟁 재점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이 여전히 존재함을 드러냈다.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주가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semiconductors, 전기차, 전투기 필수 소재)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린 직후 상황이 급변했다.
그 결과 S&P 500 지수는 4월의 관세발 시장 혼란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하며, 주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더 떨어졌다. 구리와 유가 가격도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했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약 30% 급등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수개월 동안 백악관의 관세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시장은, 이제 막대한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무역전쟁 리스크'를 다시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B. 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B. Riley Wealth Management)의 수석 시장전략가 아트 호건(Art Hogan)은 "4월 이후에도 여러 번 장애물이 있었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바퀴가 통째로 빠질 수 있는 충격 같다"고 말했다.
S&P 500 지수는 4월 저점 이후 약 32% 상승하며 30회 이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관세 리스크보다 'FOMO(놓치기 두려움)'에 의한 거품을 더 걱정했다.
그러나 이번 주 마감은 정반대였다. 올해 가장 많이 오른 종목들이 집중 매도되면서, 고평가 종목이 시장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기술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S&P 500 정보기술 부문은 하루 만에 4% 급락하며 지난 6개월간의 45% 상승분 일부를 잃었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Super Micro Computer), 시놉시스(Synopsys),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Microchip Technology) 등 고공행진하던 반도체주들이 이날 S&P 500 내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Dan Ives)는 "이번 긴장 고조는 시장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white knuckle)' 순간을 만들어냈으며, 기술주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의 최전선은 반도체지만, 타격은 그뿐이 아니다. 지역은행주도 급락했다. 대형 월가 은행처럼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트레이딩 부문이 부족한 이들 은행은 경기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로 페덱스(FedEx) 주가가 5.2% 하락했으며, 유가도 배럴당 59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자동차, 의류, 심지어 화장품 업체 등 모든 무역민감 업종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장기 랠리로 기업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진 상황에서 시장이 더 큰 충격에 취약해졌다고 본다. 현재 S&P 500 구성 기업들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높은 매출 대비 주가 비율로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밈주식(meme stocks)'의 부활이다. 부동산 플랫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Opendoor Technologies)나 비트코인 관련 데이터센터 개발사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등은 사업 실적과 큰 상관없이 급등세를 보이며 2021년 제로금리 시절의 과열 양상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기업이익은 견조하며, 향후 1년간 S&P 500 기업의 이익이 1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인공지능) 투자 열풍과 기술주 강세가 올해 랠리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산업주(연초 대비 +14%)와 금융주(+8%) 등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반면, 경기 침체기에 선호되는 소비재(consumer staples) 부문만은 지난 6개월간 유일하게 하락세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은 조정 후 빠르게 회복해왔다. 다가오는 은행 실적 시즌에서도 견조한 수익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무역전쟁이 재점화된 만큼, 투자자들은 지금의 '최선의 시나리오(best-case scenario)'가 유일한 미래가 아닐 수 있음을 고려하고 있다.
CFRA 리서치의 수석 투자전략가 샘 스토발(Sam Stovall)은 "강세장은 나이로 죽지 않는다. 공포로 죽는다. 그리고 강세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기침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