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목적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얻기 위함이었지만, 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력 충돌의 확대를 피하고 평화를 향한 길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현 위치에서 멈춰라(Stop where they are)"는 지시를 내렸다고 AP통신 등 주요매체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금요일 밤 트루스소셜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은 매우 흥미롭고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도 강하게 제안했습니다. 이제는 살상을 멈추고 '협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라고 썼다.
그는 이어 "피는 이미 충분히 흘렸습니다. 전선과 영토는 피와 내장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위치에서 멈춰야 합니다.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하게 하고, 역사가 판단하게 두면 됩니다. 더 이상 총격도, 죽음도, 막대한 돈의 낭비도 없어야 합니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전쟁은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을 겁니다. 매주 수천 명이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지내십시오!" 라고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회담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론에 "토마호크 대신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트럼프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멈춰야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토마호크를 생각하지 않고도" 전쟁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하며,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안보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정보 공유 확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9개월 동안 이 전쟁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표출해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다시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탈환을 포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플로리다로 이동해 주말을 보내던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양측은 즉시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모스크바가 점령한 지역을 그대로 유지하는 암시적인 발언도 했다.
그는 "전선이 어디에 있든 그 선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복잡해집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선에서 멈추고, 양측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하며 살상을 멈춰야 합니다. 그것으로 끝내야 합니다."고 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의 전쟁 관련 입장이 또 한 번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몇 주간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인내심을 잃는 모습을 보이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보다 열린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나토에 토마호크를 판매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도록 하는 대신, 무력 확전보다 평화를 택했다.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 계기 젤렌스키와 회담한 트럼프는 당시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침공 이후 잃은 모든 영토를 되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이는 이전에 "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고 했던 입장에서 큰 전환이었다.
금요일 회담 후 젤렌스키는 휴전과 협상 시점이 왔다고 말했지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압박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멈추고, 그 다음에 대화해야 합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SNS 게시글을 봤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트럼프의 어조 변화는 목요일 푸틴과의 장시간 통화 이후 나타났다. 트럼프는 앞으로 몇 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푸틴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젤렌스키에게도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판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미사일이 전세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성사시킨 이후, 러시아와의 평화도 가능하리라 믿는다며 트럼프가 푸틴과의 협상을 조속히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담 시작 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첨단 드론을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토마호크를 판매하는 상호 협력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무기 비축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전쟁이든 평화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크라이나가 토마호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 전쟁이 끝나는 게 더 낫습니다."고 했다.
NBC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오'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예'도 아니었지만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토마호크가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 드론만으로 작전을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푸틴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도 전황은 바뀌지 않겠지만, 미·러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푸틴 외교보좌관 유리 우샤코프가 전했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가 재임 후 젤렌스키와 가진 다섯 번째 대면 회담이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헝가리 회담에 참여할지 여부는 "미정"이라며, "양국 정상의 이중 회담(double meeting)"이 가장 생산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지도자가 서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말했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푸틴에 대한 감정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들이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적입니다. 그들은 멈출 의도가 없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미워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적을 미워합니다. 당연히 그렇습니다."고 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8월 알래스카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및 유럽 동맹국들과 회담한 이후에는 평화 중재 노력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는 당시 "양국 간 직접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푸틴은 젤렌스키와의 만남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폭격을 강화했다.
금요일 기자들이 "푸틴이 당신을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트럼프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나는 평생 최고의 협상가들에게 이용당해봤지만, 항상 잘 빠져나왔습니다." 트럼프는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 일에는 꽤 능숙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