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콜롬비아 모든 자금 지원 중단"... "그들은 마약을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 콜롬비아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을 "미친놈(lunatic)"이자 "콜롬비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자국의 코카인 생산 문제를 이유로 콜롬비아에 대한 모든 미국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재확인했다고 AP통신과 폭스뉴스(FOX)가 20일 보도했다.
FOX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콜롬비아는 마약을 생산하고 정제하며, 코카인 공장들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들은 마약과 싸우지 않고 오히려 만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대(對)콜롬비아 지원금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마약을 만든다. 코카인을 정제하고, 코카인 공장을 운영한다. 그들은 마약과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콜롬비아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에어포스원 기자회견 중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가 앞서 페트로를 "불법 마약 지도자(illegal drug leader)"라고 부르며 "콜롬비아 전역에서 대규모 마약 생산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콜롬비아에 중대한 관세 부과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새로운 관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X(트위터) 게시글과 일치한다.
그레이엄은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의 마약상과 밀매업자들뿐 아니라 그들의 '지갑'을 겨냥할 것이라며, 콜롬비아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페트로는 마약 조직을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미국이 대신 정리해 줄 것이며, 결코 부드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페트로 대통령의 비자(visa)를 취소한 바 있다. 백악관은 그를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동을 한 인물"로 규정했다.
트럼프 "콜롬비아는 미국을 이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가 미국을 향해 '건방진 태도(fresh mouth)'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마약 밀매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콜롬비아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왔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사기(long-term rip off)였다. 오늘부로 콜롬비아에 대한 모든 보조금과 자금 지원은 중단된다."
이번 강경 발언은 워싱턴과 콜롬비아 - 오랫동안 긴밀했던 양국 관계 - 사이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페트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마약 거래는 아니다"
이에 대해 페트로 대통령은 X(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콜롬비아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마약 밀매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트럼프가 보좌관들에게 속고 있으며, 자신이야말로 "콜롬비아 내 마약의 최대 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를 "무례하고 콜롬비아에 무지한(rude and ignorant)"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콜롬비아 외무부는 트럼프의 발언을 "국가 주권에 대한 위협"이자 "불법적 간섭"이라며 비난했고, 국방장관 페드로 산체스는 "콜롬비아 군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많은 희생을 치러왔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긴장
트럼프의 공격적 발언은 중남미 전역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인접국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마약 밀매망 단속을 위해 카리브해 전역에 군함과 정찰기를 배치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covert operations)도 승인한 상태다.
현재 콜롬비아는 여전히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으로, 올해 약 2억3천만 달러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과거 연간 7억 달러 이상이던 지원 규모에 비해 크게 줄었다. 추가 삭감은 군사 협력과 반군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유엔은 지난해 콜롬비아의 코카 재배 면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10년 전 평화협정을 맺은 농촌 지역에서는 최근 다시 폭력이 재발하고 있다.
9월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제재를 유예하는 면제 조치를 발동해 당시 원조는 유지되었다.
잇따른 충돌... "트럼프가 전쟁을 준비 중"
페트로는 트럼프의 군사 명령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미국의 추방 항공편을 거부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위협했고, 미 국무부는 그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방문할 때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페트로는 카리브해에서 미국군의 마약 단속 작전 중 민간인 사망이 발생했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한 공습으로 아무 관련 없는 콜롬비아 어부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미 행정부는 9월 초 이후 카리브해 일대에서 7차례의 공습을 감행했으며, "마약 밀매 혐의자들을 겨냥한 정밀 타격"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최소 32명이 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