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 직원들에게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과의 관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WSJ 에 따르면, 그는 엡스타인의 범죄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그와 교류한 것 자체가 "엄청난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게이츠는 최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고, 불법적인 장면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재단의 명성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 외도... 엡스타인이 알게 됐다"
게이츠는 개인사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러시아 출신 여성 두 명과 각각 외도를 했다고 인정했다. 한 명은 브리지 대회에서 만난 브리지 선수였고, 다른 한 명은 사업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러시아 핵물리학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관계가 엡스타인의 피해자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공개된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 등장한, 얼굴이 가려진 여성들과 함께 찍힌 사진에 대해서는 "엡스타인이 회의 후 자신의 보좌진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 촬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이츠는 "피해자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없고, 그의 섬을 방문한 적도 없으며, 하룻밤을 묵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멜린다의 경고에도 2014년까지 교류
게이츠는 2011년부터 엡스타인을 만나기 시작했으며, 당시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전력이 있었다. 그는 엡스타인이 18개월간 이동 제한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배경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특히 전 부인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Melinda French Gates)가 2013년부터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우려를 표했음에도, 2014년까지 만남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생각하면 과거 범죄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부적절한 행동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100배는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멜린다는 엡스타인 문제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었다"며 전 부인의 판단을 인정했다.
전용기 탑승·해외 동행 인정
게이츠는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과 독일·프랑스·뉴욕·워싱턴 등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하룻밤을 묵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월가 억만장자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며, 글로벌 보건 등 자선사업을 위한 자금 모금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회의에 저명 인사들이 함께 참석한 점이 상황을 "정상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게이츠는 자신과의 교류가 오히려 엡스타인의 명성을 세탁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재단 명성에 타격
게이츠는 엡스타인과의 관계 및 최근 공개된 법무부 이메일이 게이츠 재단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는 재단의 가치와 목표에 완전히 반하는 일"이라며 "우리의 활동은 명성에 매우 민감하다. 사람들은 우리와 협력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 대변인은 게이츠가 연 2회 타운홀을 열고 있으며, 이번 자리에서 여러 질문에 대해 상세히 답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졌다고 설명했다.
이메일에 등장한 '협박 정황'
최근 공개된 문건에는 엡스타인이 2013년 7월 자신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 초안 두 건이 포함됐다. 해당 초안은 당시 게이츠의 과학 고문이었던 보리스 니콜릭(Boris Nikolic)의 사임서 형식을 띠고 있었으며, 게이츠의 "결혼 문제"와 "부적절한 만남(illicit trysts)"을 언급하고 있었다.
니콜릭은 과거 해당 이메일이 자신의 요청이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게이츠의 외도 사실을 이용해 압박을 시도했으며, 한 러시아 여성의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 비용을 대신 지불한 뒤 2017년 게이츠에게 상환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게이츠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엡스타인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엡스타인이 이메일을 보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과는 엡스타인 사건의 여진이 여전히 미국 사회의 정치·재계·학계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