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미 관세 완화 협상 모색하며 원유 수입 유지 방안 모색
인도와 중국은 저가의 러시아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최대 석유 기업 두 곳에 부과한 새로운 제재 조치가 자국 경제를 흔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양국이 받는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두 나라는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 여섯 배럴 중 다섯 배럴을 구매하며, 동시에 트럼프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아 워싱턴과의 관계가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제재 조치는 러시아의 로스네프트(Rosneft) 와 루코일(Lukoil) 및 이들 산하 30여 개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정부나 기업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금융 접근 차단의 파장
중국과 인도의 주요 은행 및 대기업은 미국 은행과 달러 접근이 막힐 경우 장기간 생존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 재무부 발표는 다소 모호해, "로스네프트 및 루코일과 거래하는 자는 특정 경우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
인도 망갈루루의 한 정유소는 러시아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인도 원유 수요의 약 3분의 1을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제재 강화 여부를 주시하며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델리 싱크탱크 '옵저버 리서치 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의 전략연구소장 하르쉬 판트(Harsh V. Pant)는 "나라들이 트럼프가 '기분이 나쁜 날'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의 조치를 "일방적이며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난했다. 인도 석유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러시아산 원유 의존 구조
유럽연합이 2022년 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부분 차단한 이후,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의 47%, 인도는 38%**를 수입하고 있다(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 자료).
중국은 올해 월평균 약 3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원유를 들여오며 전체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는 수요의 3분의 1을 러시아로부터 조달한다.
이 원유는 대부분 다른 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국제 시세보다 큰 폭의 할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업체 클플러(Kpler)의 선임 애널리스트 무위 쉬(Muyu Xu)는 "중국 정유 대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제재의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인도의 이중 과제: 에너지 안정과 대미 협상
트럼프 행정부는 모스크바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인도가 이를 거부하자 지난 8월 인도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는 경제 성장세에 따라 원유 수요가 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을 러시아산 원유 중심으로 재편해왔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트럼프는 최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지만, 인도 당국자들은 이를 공개 반박하지 않으면서도 비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완화 협상 추진과 동시에 에너지 공급망의 혼란 최소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병행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인도가 중동, 남미, 그리고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클플러의 수밋 리톨리아(Sumit Ritolia)는 보고서에서 "인도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일지는 미국의 압박 강도와 인도가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변동성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 제재가 인도 경제에 미치는 압박
워싱턴의 50% 관세가 시행된 첫 달인 9월, 인도의 대미 수출액은 55억 달러로 5월 대비 약 40% 감소했다.
뉴델리의 글로벌무역연구이니셔티브(Global Trade Research Initiative) 설립자 아자이 스리바스타바(Ajay Srivastava)는 "관세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의 판트 소장은 모디가 러시아 제재를 '명분 삼아'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양국 간 관세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도의 국영 정유사들은 대체로 중개업자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함으로써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Reliance Industries) 는 로스네프트와 직접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제재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