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치·배럿, '해방의 날 관세' 논란에서 권력 분립 우려 제기

자유시장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 행사는 대통령 권한 남용의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폭스뉴스(FOX)가 보도했다. 

FOX에 따르면, 연구소의 법률 연구원 브렌트 스코룹은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의 범위를 넘어 긴급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수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는 명목으로 단행한 광범위한 관세 조치의 합헌성을 둘러싼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대법관들조차 행정부 측의 논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SCOTUS
(미 연방 대법원 대법관들, Wiki)

특히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대법원이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이는 트럼프의 핵심 경제정책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IEEPA에 '관세'나 '세금'이라는 단어는 없다"

IEEPA는 대통령이 외국 위협에 따른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경우 폭넓은 경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트럼프는 올해 초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해당 법에는 'tariff(관세)'나 'tax(세금)'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이번 대법원 심리와 하급심 모두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대법관들의 질문은 주로 "국가비상사태 중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는 문구에 집중됐다. 트럼프 측은 이 조항이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한다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대법관들은 이 해석이 의회의 세입·과세권(헌법 제1조 권한)을 행정부에 넘기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럿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배럿 대법관은 미 행정부를 대리한 존 사우어 법무차관보에게 "과거 법전이나 역사에서 '수입 규제(regulate importation)'라는 문구가 관세 부과 권한을 의미했던 적이 있느냐"고 날카롭게 물었다.

고서치 대법관도 "당신의 헌법 해석 이론은 무엇인가?",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게 되지 않느냐"며 권력분립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사우어는 "관세는 세금이 아니라 규제적 성격의 조치이며, 세입 증대는 부수적 효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의 관세 수입이 올해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자랑해왔다.

"명확한 의회 위임이 없으면 관세 부과 불가능"

민주당 주(州)들과 민간 기업들이 이끄는 원고 측은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려면 의회가 명확히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의회가 국가안보 목적의 무역조치를 명시한 '232조'나 불공정 무역 보복조치를 규정한 '301조'와 달리, IEEPA에는 관세 관련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IEEPA는 주로 제재, 자산동결, 수출입 허가 등에 사용돼왔으며, 이렇게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한 전례는 없다.

과거 대법원이 대통령의 관세권을 인정한 사례(1976년 Algonquin SNG v. FEA)도 '232조'에 의회의 명시적 위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원고 측은 강조했다.

"대통령이 모호한 법에서 새로운 권한을 '발견'하는 건 위험하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의회의 명확한 표현 없이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Loper Bright v. Raimondo 판결 이후, 법원이 행정부의 모호한 법 해석에 더 이상 '신뢰'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서치가 언급한 '중대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에 따라, 이처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반드시 명확한 의회 승인에 근거해야 한다.

전문가들 "행정부 승소 쉽지 않다... 그러나 일부 승리 가능성도"

법학자 조너선 터리 교수는 "대법관들이 행정부의 권한 주장에 불편함과 회의감을 보였다"며 "원고 측이 여전히 우세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판결이 분열적일 경우, 일부 조항에서는 행정부가 실질적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낸 잭 골드스미스 역시 "로버츠·고서치·배럿 등 행정부가 꼭 필요한 세 명의 표심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어느 쪽으로 기울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케이토 연구소의 스코룹은 "대부분의 대법관이 대통령이 모호한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권한을 '발견'하는 위험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