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개시 이후 나스닥 최악의 주간 기록
인공지능(AI) 붐과 경제 낙관론이 주식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AI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계획을 발표한 4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AI 투자 열풍의 수혜주들이 과잉투자와 과대광고 논란 속에 급락한 것이다.
한편, 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됐고, 민간조사에서는 소비자 심리 악화와 해고 증가가 드러나 월가는 전반적인 불안에 휩싸였다.
"기대치가 너무 높다... 좋은 소식도 시장을 움직이지 못해"
크레셋 캐피털의 수석 투자전략가 잭 애블린은 "현재 밸류에이션은 지나치게 높다"며 "조금만 나쁜 소식이 나와도 과도하게 반응하고, 반대로 좋은 소식은 이미 기대에 반영돼 시장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요일 나스닥은 0.2% 하락했고, 주간 기준 3% 떨어졌다. 이는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S&P 500은 금요일 0.1% 올랐지만 주간으로는 1.6%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0.2%(75포인트) 상승했으나 주간 기준 1.2% 하락했다.
AI 투자 과열 경고... 팔란티어·엔비디아 등 급락
주 초에는 아마존이 38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계약을 발표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로 출발했으나, AI 대표주인 팔란티어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팔란티어 주가는 이번 주 11% 급락했고,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올랐던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엔비디아는 7%, 오라클은 9% 하락했다.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실적은 양호했지만,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이번 주 상승한 대형 기술주는 아마존이 유일했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4% 하락했다.
"AI에 4천억 달러 쏟아붓는데... 수익은 어디서?"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올해 AI 분야에 4천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그 막대한 지출이 과연 수익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츠의 토머스 마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데 도대체 어떻게 수익을 낼 건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빅 쇼트(The Big Short)'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도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시장의 AI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월가 CEO들 "향후 1~2년 내 10~20% 조정 가능성 높다"
화요일 홍콩에서 열린 금융 서밋에서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과 모건스탠리 CEO 테드 픽 등은 시장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솔로몬은 "앞으로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방 안의 대부분 사람들도 그것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품 때와는 다르지만... AI 투자, 아직 불확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같은 기업은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갖고 있어 1990년대 닷컴 버블의 적자 기업들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AI 투자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 상원 민주당이 정부 셧다운을 종료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면서 주가는 일부 낙폭을 만회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고용지표는 셧다운으로 발표되지 못했다.
그 대신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10월 53.6에서 11월 50.3으로 하락했다. 이는 2022년 중반, 팬데믹 인플레이션 위기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 둔화·심리 악화... 결국 현실 직시하게 만들 것"
구직 전문업체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는 10월 기업의 해고 발표 건수가 전달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캐털리스트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 데이비드 밀러는 "그동안 무시됐던 거시적 위험 요인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소비자 심리 악화와 고용 둔화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큰 그림을 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린 지표 속 금리인하 기대는 유지
한편, 급여업체 ADP의 민간고용 보고서는 예상보다 나은 수치를 보였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엇갈린 지표들로 인해 미 국채 수익률은 요동쳤다. 기준금리 기대에 영향을 주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금요일 4.092%로 마감해 전주(4.100%)보다 소폭 하락했다.
CME그룹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12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66%로 집계돼, 일주일 전보다 다소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