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지속 전망... 10% 조정 이후 4.5조 달러 기업이 오히려 '저평가' 국면

데이터센터 매출 66% 증가... 분기 최초 500억 달러 돌파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몇 주간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식어가는 듯한 조짐 속에서도, 엔비디아는 여전히 성장 궤도가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5%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주간 10% 하락한 뒤 나타난 반등이다. 최근의 하락은 AI에 대한 과열 논란과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겹치며 발생했으며, AMD·오라클(Oracle)·코어위브(CoreWeave) 등 다른 AI 관련 종목들은 엔비디아보다 더 큰 조정을 겪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AI 버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관점에서 보이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 실적 콜에서 처음으로 'AI 버블'이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했다.

앤비디아 칩
(앤비디아 칩. 자료화면)

실제로 엔비디아의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66% 급증하며 분기 최초로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단일 사업부 매출만으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 연간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신 AI 시스템 '블랙웰(Blackwell)' 생산 확대 과정에서도 조정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보다 오히려 1%포인트 상승했다.

ETF 운용사 페이서(Pacer ETFs)의 션 오하라 대표는 "엔비디아는 그야말로 '기계(machine)'처럼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주가 조정 속 밸류에이션 3년 평균 대비 19% 낮아져

엔비디아는 최근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조정을 받았다. 현재 주가는 향후 4개 분기 예상 실적 기준 PER 29배 수준으로, 최근 3년 평균 대비 약 19% 낮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매트 브리츠먼은 "AI 업종 일부 영역은 과열이 완화될 필요가 있었지만, 엔비디아는 그 범주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향후 2년간 차세대 AI 칩 두 세대에서 5,00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실적에서는 이 목표조차 '보수적'일 수 있다고 암시했다.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보다 더 큰 기회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내년 이후가 관건... AI 스타트업의 수익화 능력 시험대

다만 엔비디아의 진짜 도전은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픈AI(OpenAI)·앤트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걸맞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AMD는 내년 출시 예정인 신형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대형 계약을 확보하며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공급망 문제다. 엔비디아의 시스템은 TSMC 공정, HBM DRAM,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의존한다. 모건스탠리의 조 무어 애널리스트는 "앞으로의 성장은 공격적인 공급망 관리와 고비용 원자재 조달 능력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자금이 넘치는 엔비디아... 스타트업 '우회 지원' 논란도

엔비디아는 폭증하는 자유현금흐름 덕분에 이제는 주요 고객사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연간 자유현금흐름은 800억 달러를 돌파,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보다 많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오픈AI, 앤트로픽, 코어위브 같은 주요 고객사에 투자하여 이들이 자금을 조달한 뒤 다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A 데이비드슨(DA Davidson)의 길 루리아는 "이런 구조가 최근 며칠간 시장의 AI 지속 가능성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루리아는 "AI 컴퓨트에 대한 수요는 장기적으로 압도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요는 여전히 거대... 'AI 둔화'는 시기상조

엔비디아는 결국 AI 서비스 구축 속도와 기업·소비자의 지불 의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엔비디아의 칩 판매는 당분간 탄탄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버블? 아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