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내내 요동친 시장... 월가, 더 큰 충격에 대비한다

S&P 500 지수는 이번 주 거의 2% 하락했고 11월 들어서는 3.5%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달에만 6% 넘게 하락하며,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시장이 흔들렸던 이후 가장 큰 3주 연속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 거품 붕괴 우려, 경기 둔화 조짐, 그리고 연말을 앞둔 수익 실현 움직임이 겹치면서 시장은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극심한 장중 변동성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NYSE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WSJ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 전략을 운용하는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창립자 라몬 베라스테귀조차 이번 주의 시장 흐름은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 이후 기술주 중심의 반등을 기대했으나, 수요일 밤 이후 시장은 급격히 방향을 바꾸며 단 두 시간 만에 S&P 500이 2%포인트 넘게 밀렸다. 명확한 이유도 없는 빠른 하락에 투자 심리는 크게 흔들렸다. 베라스테귀는 자정까지 옵션 거래를 이어가며 혼란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고평가 기술주 직격... AI 테마주에서 불안감 확산

고공 행진을 이어오던 성장주는 이번 주 집중적으로 매도세에 노출됐다. 로빈후드 주가는 이달에만 약 25% 떨어졌고, 코인베이스는 30% 가까이 하락했다. 팔란티어 역시 약 23% 곤두박질쳤다. 올해 시장을 주도해온 AI 관련 종목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뚜렷하다. 투자 확대가 예상만큼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AI 테마 ETF는 11월 들어 약 10% 하락했고, '매그니피센트 7' ETF는 10월 대비 약 6.6% 미끄러졌다.

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 AI 관련 인수·합병 규모는 1조5천억 달러를 넘는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시장에서는 닷컴 버블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악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주가가 먼저 약해지는 패턴을 경계하고 있다. 씨스코가 2000년 호실적 발표 후 1년 만에 67% 급락했던 사례가 다시 언급되는 분위기다.

제한적 공포 속 차익 실현... "아직 패닉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구조적 위기라기보다는 몇 년간의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S&P 500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 대비 약 4%만 낮은 수준이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매튜 팀은 고객들이 공포에 휩싸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설명하며, 광범위한 시장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민간시장과 사모대출 시장에서 번지는 긴장감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비상장 기업과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도 불안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약 11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있던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 브랜드가 갑작스레 붕괴하면서 민간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일부 기업은 불과 몇 년 전 2~3%대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현재는 8~10%대 재조달 금리를 마주하고 있다. 현금흐름 대비 과도한 차입이 누적된 기업일수록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급락이 시장 압력을 더욱 키워

이번 주 비트코인 가격의 급락도 투자 심리를 크게 약화시켰다. 금요일 비트코인은 약 8만4천 달러 선에서 거래됐으며, 10월 고점 대비 약 33% 떨어졌다. 과거에는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암호화폐 보유자 수가 증가하고 시장 규모도 크게 확장되면서 연쇄 반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비트코인의 급락이 패니메이·프레디맥 주식 매도와 연결된 마진콜 압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며 암호화폐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의 연동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했다.

과도한 레버리지, 변동성의 핵심 원인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큰 폭의 레버리지를 사용해왔다. 브로커리지 계좌의 차입 규모는 10월 말 기준 1조1천억 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레버리지 ETF 자산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약 1,4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변동성이 커질 때는 마진콜을 충족시키기 위한 강제 매도로 이어지기 쉽다.

QVR 어드바이저스의 벤 아이퍼트는 "과도하게 레버리지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도, 고평가 기술주도 보유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떨어지면 주식이 연쇄적으로 팔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연말 보너스 시즌이 변동성 심화

연말이 다가오면서 트레이더들의 심리적 부담도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S&P 500은 여전히 12% 상승한 상태고, 채권도 2020년 이후 최고의 성과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연말 평가가 걸린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급격한 조정으로 보너스를 날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빠르게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