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행정부, 아프간 이민 전면 재검토 예고...안보·이민 정책 격돌

미국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국방군(National Guard) 총격 사건의 여파가 하루 만에 비극으로 이어졌다. 총격으로 중태에 빠졌던 국방군 소속 사라 벡스트롬(20) 일병이 결국 숨지면서, 용의자 라흐마눌라 라칸왈(29)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그녀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트럼프, 사망 소식 직접 발표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미군들과의 통화 중 벡스트롬의 사망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그녀는 방금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잔혹한 공격을 당했다. 지금 우릴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다른 피해자인 앤드루 울프(24)가 여전히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미국 이민 시스템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제3세계 모든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확대했다.

트럼프, 용의자 사진 제시하며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중 용의자 라칸왈의 사진과 함께, 아프간 철수 당시 난민 수송기 안에 빼곡히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제시하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주방위군 2명을 총으로 쏜 라마눌라 라칸왈
(지난 26일 워싱턴 DC에서 주방위군 2명을 총으로 저격한 라칸왈. AP)

그는 용의자를 두고 "완전히 미쳤다(cuckoo)"고 표현했으며, "아프간 출신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서 이런 문제가 빈번해졌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모든 아프간인을 비난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당시 너무 많은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다"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사라 벡스트롬의 장례식 참석도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벡스트롬 일병의 가족들과 통화했으며, 장례식 참석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도 대통령이 유가족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용의자 라칸왈, CIA 협력 경력..."강도 높은 신원검증 거쳤던 인물"

사건의 충격을 더하는 부분은 용의자가 과거 CIA가 지원하던 아프간 특수대 소속으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아프간 난민 정착단체 AfghanEvac에 따르면, 라칸왈은 미군 철수 직후 카불 함락 상황에서 미군에 의해 대피되었고, 이후 '휴먼 패롤'(humanitarian parole) 신분으로 미국에 들어왔다.

당시 아프간 현지에서 미 정부 및 정보기관과 협력한 인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신원·보안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 미국 전 국무부 인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 4월에 미국 난민 지위(Asylum) 승인

라칸왈은 올해 4월 정식 난민 지위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승인 시점이 '트럼프 취임 이후'였음에도, 국토안보부(DHS)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 승인된 모든 난민·망명 케이스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해 절차적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DHS "아프간 출신의 모든 이민 신청 즉시 중단"...전례 없는 조치

DHS는 사건 직후 아프간 출신의 모든 신규 이민 심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모든 망명·난민·영주권 기록을 다시 조사하는 광범위한 심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총격 당시 상황: 백악관 인근에서 .357 리볼버 난사

피로 검은색 천을 씌운 경찰 라인 근처에서 국방군 병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라칸왈은 워싱턴주 벨링햄에서 차를 타고 동부로 이동해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을 가했다. 그는 .357 스미스 & 웨슨 리볼버를 사용해 여러 발을 발사했고, 현장에서 다른 병사들이 반격해 체포되었다. 현재 그는 병원에서 높은 경비 속에 치료 중이다.

FBI 국장 카시 파텔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용의자 가족·거주지 압수수색

라칸왈은 미국 내에서 아내와 다섯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FBI는 워싱턴주 소재 자택을 급습해 전자기기를 압수했다. 또 다른 선 관련 정보가 샌디에이고까지 이어져 조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희생자와 생존자: "타인을 위해 자원한 젊은 영웅들"

제니 보자(D.C. 검찰총장)는 벡스트롬과 울프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원한 병사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하루 전 선서식을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울프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오열했고, 고교 시절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남을 돕던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향후 전망: 테러 혐의·사형 구형 가능성

Pam Bondi 법무장관은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테러 혐의 적용과 사형 구형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건은 아프간 난민 정책 전반을 뒤흔들며, 이민 정책·국가 안보 논쟁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