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잠재적 조정에 대비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잠재적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Tech-Heavy Portfolios Spark New Anxiety

WSJ에 따르면, 브라이언 한(51)은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자산을 기술주에 투자해왔다. 반도체 기업과 기술 ETF에 집중하며 전체 자산의 80% 가까이를 기술 섹터에 두었지만, 올해 AI 광풍 속 주가가 치솟자 결국 10월 대부분을 매도했다. 그는 자산 대부분을 경기침체 국면에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Gold)으로 옮겼다.

테네시주 프랭클린에 거주하는 한은 "이게 계속 더 오른다고 가정하기에는 제게 너무 큰 리스크였습니다." 라고 말한다.

AI 열풍 속 '버블' 우려 확산

ChatGPT가 전 세계적인 AI 붐을 촉발한 지 3년, 기술기업들이 AI에 사활을 걸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는 이제 거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11월 초 나스닥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이후 최악의 한 주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기술기업들의 과도한 AI 투자 지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요 지수는 다시 고점 근처로 반등했지만, 조정 우려는 여전하다.

유명 투자자들의 '베팅'이 불안 키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매도로 유명해진 마이클 버리는 11월 초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대한 대규모 숏 포지션을 공개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이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Index Funds도 'AI 편향': 개인 투자자 리스크 커져

Interactive Brokers의 최고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평범한 투자자라도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가입해 있다면 AI 관련 기업에 상당한 노출이 있다"고 설명한다. S&P 500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이 차지하며 AI 투자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JPMorgan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거래량은 2021년 밈주식 열풍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들은 비(非)AI 종목은 팔면서도 AI 관련 주식은 순매수해왔으나, 최근 일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업 실적·지출 점검 강화... 일부 기술주는 약세

AI 경쟁 초기에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의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은 기술기업의 지출과 밸류에이션을 보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NYSE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끌어온 오라클은 지난 한 달 7.4% 하락했다.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도 13% 떨어졌다.

소스닉은 "지금의 AI 투자 선순환이 언제든 역방향의 피드백 루프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은퇴자들, '시간이 없다'며 리스크 축소

75세 은퇴자인 투손(Tucson)의 팀 윅룬드는 초기 엔비디아 비중이 40%에 달했으나 최근 지속적으로 축소했다.

그는 "한 종목에 비중이 너무 높으면 불안합니다. 가장 피하고 싶은 건 바닥이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라며, 일부 엔비디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젊은 투자자도 '과열' 부담 느껴... 매수 멈춤

31세 다니엘 재랫은 3년 전 엔비디아에 투자했고,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 3분의 2는 AI 관련 기술기업이다. 매도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달간 추가 매수는 멈췄다.

그는 "붐은 이미 지나갔다고 봅니다. 회사는 강하지만 주가 상승률이 예전 같진 않을 겁니다."  대신 광범위한 시장 ETF와 성장형 펀드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직 상승 여력 충분" 낙관론도 여전

네바다주 리노에 사는 타마르 준은 여전히 엔비디아에 확신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품질·컴플라이언스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그녀는 "아직 종점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제 막 상승 곡선의 중반부로 들어선 느낌입니다."라며, AI 관련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