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유권자들이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카스트는 공산당 소속의 자넷 하라(Jeannette Jara)를 큰 격차로 누르고 승리하며, 1990년 민주화 이후 가장 우파 성향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58% 압승...라틴아메리카 우파 물결 합류

개표가 80% 이상 진행된 가운데 하라는 패배를 인정했고, 카스트는 58%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는 칠레가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로 복귀한 이후 가장 일방적인 대선 결과 중 하나다. 이번 결과는 최근 라틴아메리카 전반에서 나타나는 우파 정치 세력의 부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José Antonio Kast
(José Antonio Kast. X)

미국 리치먼드대의 정치학자 제니퍼 프리블은 "미주 전역에서 우파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신호"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연스러운 차기 동맹은 칠레의 카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불법이민 강경 대응 공약

카스트는 선거 과정에서 범죄와 불법 이민 단속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페루·볼리비아와 맞닿은 북부 사막 국경에 16피트 높이의 장벽과 10피트 깊이의 참호를 설치하고, 군 병력과 열감지 드론을 동원해 국경을 봉쇄하겠다고 공약했다.

불법 체류 이민자에 대해서는 구금 및 추방을 추진하고, 취업·공공서비스 이용·해외 송금까지 제한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카스트는 "칠레는 더 이상 불법 이민자의 천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민 급증과 범죄 불안

칠레 내 외국 출생 거주자는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0%에 달한다. 이는 2010년의 2.1%에서 급증한 수치로,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를 피해 유입된 이민자들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당국은 일부 범죄 조직이 합법 이민 흐름에 섞여 들어오며 폭력 범죄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칠레 국민의 63%가 범죄와 폭력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았으며, 이는 조사 대상 30개국 중 페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피노체트 논란 넘고 경제·안보 전면에

59세의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었다. 과거에는 동성결혼 반대, 낙태 전면 금지 등 사회적 이슈로 반감을 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해당 쟁점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치안과 경제에 집중했다.

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군사정권에 대한 지지 논란에 대해서는 "자유시장 경제의 토대를 마련한 점은 인정하지만, 인권 유린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왔다.

성장 둔화 속 친기업 정책 예고

카스트는 내년 3월 취임해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리튬 생산 2위 국가인 칠레를 이끌게 된다. 그는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로 투자 유치를 확대하고, 취임 후 18개월 동안 약 60억 달러(국내총생산의 약 2%)의 재정 지출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로돌포 카르터 상원의원 당선인은 "치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도, 일자리도 없다"며 "불법 이민과 범죄 단속은 성장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밀착, 중국과의 실리 외교

카스트 진영은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카르터는 "문화적으로 우리는 서방에 속해 있고,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면서도 "상업적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