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하강 압력이 소비·투자·부동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들어 소비 지표가 뚜렷하게 약화된 데다, 고정자산 투자와 부동산 시장의 부진도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경기 부양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소비·생산·투자 지표 일제히 둔화

WSJ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3%에 그쳐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0월의 2.9%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4.8%로, 전월(4.9%)보다 소폭 하락했다.

투자 지표는 더욱 부진했다. 올해 1~11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해, 1~10월 누적 감소폭(-1.7%)보다 확대됐다. 부동산 투자는 같은 기간 15.9% 줄어들며 침체가 한층 심화됐다. 70개 주요 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은 11월 기준 전년 대비 2.8% 하락해, 10월(-2.6%)보다 낙폭이 커졌다.

도시 실업률은 5.1%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이 떠받치는 성장, 내수는 흔들

중국 경제는 올해 들어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는 상당 부분 수출 호조에 의존한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1~11월 누적 기준 1조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미·중 관세 갈등 속에서도 수출 경쟁력을 과시했다.

중국 상해 도심
(중국 상해 도심. PEXELS)

반면 내수는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11월까지 6개월 연속 둔화됐는데, 이는 코로나19 충격 이후인 2020년 이후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지난해 시행된 소비재 보조금 정책이 수요를 앞당겨 발생시킨 '반짝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수개월간 나타난 투자 감소폭은 중국 경제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크다는 평가도 있다.

"수출만으로는 한계"...국제사회의 경고

국제통화기금(IMF) 수장은 최근 중국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성장 구조를 유지하기에는 경제 규모가 너무 크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의 제조업 지배력이 글로벌 무역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내수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3년 넘게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며 디플레이션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내수 진작 약속에도 구조적 과제는 여전

중국 지도부는 2026년을 목표로 내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당국은 소비 진작과 가계 소득 증대를 강조했으며, 투자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주택 재고를 매입해 공공·저가 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5개년 계획을 둘러싼 정책 권고안에서는 고급 기술, 첨단 제조업, 산업 자립이 여전히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소비 중심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축으로 한 성장 모델을 유지하겠다는 중국의 고민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