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CPI 3.2%로 하락, 잉글랜드은행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잉글랜드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굳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17일(현지시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의 3.6%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로, 올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CPI
(UK의 소비자물가 지수. LSEG via 로이터)

이번 수치는 로이터가 집계한 모든 이코노미스트 전망치(3.5%)를 하회했으며, 잉글랜드은행이 자체적으로 예상했던 3.4%보다도 낮았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잉글랜드은행이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75%로 낮출 가능성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다.

파운드화 약세... 국채 금리도 하락

물가 지표 발표 직후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0.5센트 이상 하락했고, 금리 선물시장은 이번 주 금리 인하 확률을 사실상 100%로 반영했다. 2026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발표 이전에도 시장은 잉글랜드은행의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었지만,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결정이 '아슬아슬한 선택'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로브 우드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내일 통화정책위원회(MPC)의 금리 인하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물가 하락의 상당 부분은 변동성이 큰 항목이나 블랙프라이데이 조기 할인이라는 일시적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향후 몇 달 내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비스·근원 물가도 둔화

세부 지표를 보면, 잉글랜드은행이 중장기 물가 압력의 핵심 지표로 보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4%로 하락했다. 이는 시장과 중앙은행이 예상했던 4.5%보다 낮다.

식료품 및 무알코올 음료 물가 상승률은 10월 4.9%에서 11월 4.2%로 떨어졌다. 잉글랜드은행은 앞서 이 수치가 12월에 5.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이는 거의 2년 만의 최고치 전망이었다.

식료품, 주류, 에너지, 담배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2%로 둔화됐다. 이는 로이터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3.4%를 밑도는 수치다.

내부 의견 갈렸던 MPC, 인하 쪽으로 무게

지난달 잉글랜드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5대 4로 결정하며, 2024년 이후 이어오던 분기별 금리 인하 흐름을 일시적으로 끊었다. 당시 로이터 설문에 응한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근소한 5대 4 수준으로 봤다.

11월에 금리 인하에 반대했던 위원들 가운데,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그는 당시 회의록에서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전에 "올해 안에 추가적인 물가 압력 완화를 보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 예산안, 물가 압력 일부 완화 전망

영국의 물가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며, 잉글랜드은행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027년 2분기까지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후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11월 26일 예산안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을 에너지 요금 부과금에서 일반 조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계 공과금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클레어 롬바델리 잉글랜드은행 부총재는 이 조치가 2026년 4월부터 물가를 최대 0.5%포인트 낮출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인 물가 전망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금 상승 여전히 변수

올해 영국 물가가 높았던 배경에는 4월 도입된 공과금 인상과 함께 고용주의 사회보장 분담금 대폭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임금 상승률도 여전히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와 양립 가능하다고 보는 수준(약 3%)을 웃돌고 있다.

민간 부문 정기 임금 상승률은 10월까지 3개월 평균 3.9%로 둔화되며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는 잉글랜드은행이 올해 4분기에 예상한 3.5%보다는 여전히 높다.

통화정책위원회 내부에서는 실업률 상승이 임금 상승을 얼마나 억제할지,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가 이를 얼마나 상쇄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