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특별 특사를 임명하자 덴마크 정부가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 의도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이 재점화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루이지애나 주지사 제프 랜드리 특사 임명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월) 루이지애나 주지사 제프 랜드리(Jeff Landry)를 그린란드 특별 특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랜드리가 "그린란드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랜드리는 X(옛 트위터)에 "그린란드를 미국의 일부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사실상 편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에 속한 자치령으로, 덴마크 영토의 98%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덴마크 "사전 통보 없었다"... 외교적 결례 지적
덴마크 정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덴마크 총리 Mette Frederiksen와 그린란드 총리 Jens-Frederik Nielsen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국경과 국가 주권은 국제법에 근거한다"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며, 미국이 이를 인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덴마크 외무장관 Lars Løkke Rasmussen는 "완전히 예고 없이 이뤄진 조치"라며 미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와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방송에서 "이번 임명과 발언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오랜 그린란드 집착... 안보·자원 요충지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 또는 인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지면서도 충분한 방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린란드는 알래스카보다 큰 면적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이 빙하로 덮여 있지만, 북극 항로·군사 거점·희토류 등 자원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인구는 약 5만7천 명 수준이다.
덴마크, 북극 방위 예산 대폭 증액
덴마크는 트럼프의 지속적인 발언에 대응해 올해 66억달러 규모의 북극·북대서양 방위 예산 증액을 단행했다. 여기에는 드론·정찰기·레이더를 통한 감시 강화가 포함된다. 또한 미국산 F-35 전투기 16대를 추가 도입해 총 43대로 늘릴 계획이며, 이 전력은 그린란드 순찰에도 투입된다.
친트럼프 인사 잇단 기용... '영향력 확대' 우려
랜드리는 반낙태·강경 치안 노선을 가진 친트럼프 핵심 인사로, 그린란드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1월 "그린란드는 미국에 편입돼야 한다.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위대하다"고 공개 지지했다.
이번 임명은 트럼프의 연쇄적 그린란드 관련 인사의 연장선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Ken Howery가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확정돼 그린란드를 핵심 담당 지역으로 맡았다. 또 벤처투자자 Thomas Dans가 미 북극연구위원회 수장으로 임명돼,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덴마크는 미국이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이간질하려는 은밀한 영향력 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린란드 총리 "긴장 키울 사안 아니다"
그린란드 총리 니엘센은 사태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발언으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의향은 있으나, 이는 존중과 우리의 가치·의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사 임명을 계기로 미국의 북극 전략과 그린란드 주권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