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을 직접 압류하는 새로운 법적 전략을 본격 가동하며, 글로벌 원유 암시장 차단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미국의 주요 적대국들에 공급되는 이른바 '유령 선단(shadow fleet)'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당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인근 국제 해역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을 추적·차단했다. 이 선박은 미 해안경비대의 승선 요구를 거부했으며, 이는 미국이 최근 장악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Skipper와 Centuries에 이어 세 번째 사례다.
'원유'가 아닌 '선박' 자체를 노린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불법 원유가 아닌, 이를 운송하는 선박 자체를 압류하는 데 있다. 미 법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과거에도 제재 원유를 단속해왔지만, 이제는 암시장 원유 유통망을 구성하는 선박들을 직접 제거하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을 전환했다.
해운 데이터 업체 클플러(Kpler)는 Skipper와 Centuries가 각각 약 200만 배럴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적재한 상태에서 미 당국에 의해 장악된 반면, Bella 1은 추적 당시 빈 선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ella 1은 한때 베네수엘라에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회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적 해적 행위"...베네수엘라의 반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조치를 "노골적인 절도이자 국제적 해적 행위"라고 비난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핵심 수입원인 석유를 강탈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전체 원유 수출 중 약 70%가 제재 대상 선박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정권의 재정 기반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법적 근거는 '국가안보·자금 추적'
이번 작전의 실무는 워싱턴 D.C. 연방검찰청 산하 국가안보부의 **위협금융전담반(Threat Finance Unit)**이 주도하고 있다. D.C. 연방검사 **진 파이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이러한 작전의 속도와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며 "법원 압류 영장을 수주 내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선박이 **무국적(stateless)**이거나 허위 국기를 사용한 경우, 국제해양법상 미국 관할권이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미 해안경비대는 선박을 정지·검색·압류할 권한을 갖는다.
해안경비대 전면에...'군사 봉쇄' 아닌 '사법 집행'
이번 작전은 미 해군이 아닌 **미국 해안경비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는 군사 봉쇄가 아닌 사법 집행 성격을 띤다. 팸 본디 법무장관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공개한 영상에는 헬리콥터에서 대원들이 로프를 타고 유조선 갑판으로 진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안경비대 법률고문을 지낸 윌리엄 바움가트너는 "국제해양법에 따라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선박은 정지·검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바·이란·러시아·중국까지 파장 가능성
미 당국은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쿠바, 이란, 러시아, 중국 등 암시장 원유 거래에 관여해온 국가들에도 공급 차질과 가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미국은 원유와 선박 모두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남미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거대한 함대가 이미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로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사실상의 봉쇄 명령도 지시한 상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제재 집행을 넘어, 국제 원유 암시장 자체를 해체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 흐름에 미칠 파장과 국제법적 논란이 향후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