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재 대상 유조선 벨라 1(Bella 1)을 대서양에서 추격하며 강제 나포를 위한 병력과 무기 증강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미 당국에 따르면 해안경비대 함정은 목표물을 반마일 거리에서 시야에 두었으나, 선박 규모가 워낙 커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WSJ은 보도에서 벨라 1은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선박에 대한 미국의 봉쇄를 피해 도주 중이다. 이 선박은 미 지정 테러 조직에 석유를 운송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으며, 지난 주말 승선 요구를 거부한 채 급선회(U턴) 후 전속력으로 이탈했다.

추격이 5일 이상 이어지자 미국은 적대적 선박 승선을 전문으로 하는 정예 해상 특수 대응팀(MSRT)을 포함한 전력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번 추격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압박하는 미국의 '초기 격리(quarantine)' 작전 중 가장 위험한 국면으로 평가된다.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Nicolás Maduro가 마약 유입을 방조했다고 주장하지만, 마두로는 이를 부인하며 미국의 '해상 해적 행위'라고 반발한다.

유조선 나포
(베네수엘라발 유조선 나포. 자료화면)

미군은 수십 년 만에 카리브해에 상당한 화력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마약 운반 선박에 대한 치명적 타격에 이어 유조선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12월 10일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2척을 이미 나포했으며, 당시 선원들의 저항은 없었다.

벨라 1의 불응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선주인 터키 소재 Louis Marine Shipholding Enterprises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불법 화물을 싣는 상선조차 미군의 명령을 거부할 유인은 크지 않다.

미 재무부는 벨라 1이 이란산 암시장 원유를 미 지정 테러 조직인 Hezbollah와 예멘 반군 Houthis를 위해 운송했다고 본다. 또한 이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 조직인 Quds Force와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미 해안경비대 전 법무총감 출신 윌리엄 바움가트너 예비역 제독은 "어디선가 지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주 위험한 소유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벨라 1이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의 제재 석유를 중국·쿠바·인도 등으로 연결하는 '그림자 함대'의 일부라고 본다. 유조선 추적업체 Kpler에 따르면 벨라 1은 트랜스폰더를 장기간 끄고 공해상 선박 간 환적(STS)을 하는 등 전형적 은폐 전술을 사용해 왔다. 허위 국기 게양과 미등록 국가 표기도 확인됐다.

Kpler는 벨라 1이 9월 초 이란에서 원유를 적재한 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두 달간 '암전' 상태로 사라졌다가, 같은 해역 근처에서 재등장했을 때는 공선(空船)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후 12월 초 지브롤터 해협을 거쳐 대서양으로 진입했고, 목적지를 베네수엘라 인근 퀴라소로 신고했다가 미국의 첫 나포 직후 항로를 급변경했다.

미 당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위치가 파악된 느린 선박인 만큼, 대형 선박을 조종할 수 있는 숙련 선장 등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집결시키고 단계적 경고(경고 사격 포함) 후 국제법에 따라 승선·장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전 시에는 다수의 헬기가 투입돼 패스트로프 방식으로 교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백악관은 벨라 1에 대해 사법부의 나포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는 법무부가 '다크 플릿'을 퇴출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전략의 일환이다. 나포가 성사되면 미국은 선박을 자국 해역으로 호송해 원유를 압류할 계획이다. 최근 나포된 유조선 '센추리스'는 약 200만 배럴의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싣고 텍사스 Galveston으로 향하고 있다.

통상 국가들은 자국 영해에서 선박을 나포할 수 있으나, 공해상 나포는 드물다. 특히 이란과 연계된 선박의 경우 보복 억류 전례가 있어 위험이 크다. 이와 관련해 유엔 해사 규범을 관할하는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규칙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