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들이 2026년을 앞두고 경영 계획을 속속 공개하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우선순위에서 사실상 제외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대기업 다수는 내년에도 인력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장 분위기를 두고 한 연준 고위 인사는 "모두가 자신의 일자리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슬림 경영' 기조 확산...AI가 인력 대체 가속

구인 플랫폼 Indeed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고용 증가율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Shopify와 Chime Financial 등은 이미 직원 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Yale School of Management)이 이달 뉴욕에서 개최한 CEO 간담회에서, 응답자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기업은 3분의 1에 그쳤다.

인력 파견업체 켈리서비스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레이든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사람보다 자본과 기술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관망 모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백오피스·화이트칼라 고용 급속 냉각

미 노동시장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월 실업률은 4.6%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의료·교육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늘었지만, 화이트칼라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평가다.

Amazon, Verizon, Target, United Parcel Service 등은 최근 수개월간 사무직 인력을 감축하며 불안을 키웠다.

연준의 경고 "거의 제로 성장...건강하지 않은 시장"

예일대 행사에 참석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Christopher Waller는 "현재 고용 증가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이는 건강한 노동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CEO들과 이야기해보면 모두 같은 말을 한다. 'AI가 어떤 일을 대체할지, 어떤 직무가 사라질지 지켜보고 있어서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추가 인력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월러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직원 이탈도 최저...'움직이지 않는 노동시장'

고용 위축은 직원 이동성 감소로도 나타난다. IBM의 아빈드 크리슈나 CEO에 따르면, IBM 직원 이탈률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 내 자발적 퇴사율은 2% 미만으로, 통상적인 7%에서 크게 낮아졌다.

크리슈나는 "사람들이 이직을 원하지 않으니, 자연히 신규 채용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감원 지속...AI 영향 '극히 중대'

금융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Wells Fargo의 찰리 샤프 CEO는 "내년으로 갈수록 인력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직원 수는 2019년 약 27만5천 명에서 현재 약 21만 명으로 감소했다.

샤프는 AI가 인력 구조에 미칠 영향이 "극히 중대(extremely significant)"할 것이라며, 많은 경영진이 그 파급력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일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고 말했다.

2026년 전망...'변화는 느리지만 방향은 분명'

Indee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라 울리치는 2026년 실업률이 4.6% 안팎에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등 고임금 분야의 채용 공고는 특히 약세를 보이는 반면, 의료·건설 분야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울리치는 "GDP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채용도 해고도 적은 구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언젠가는 무언가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2026년을 향한 기업들의 현재 계획에서 '채용 확대'는 중심에 있지 않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