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네수엘라의 권위주의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전격 체포한 이후,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군사 개입을 규탄하는 시위와 정권 붕괴를 환영하는 축하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고 뉴욕타임즈(NYT)가 3일 보도했다.

시카고·워싱턴서 "불법 전쟁" 항의 시위

NYT에 따르면, 3일(토) 밤 시카고 연방광장(Federal Plaza)에는 수백 명이 모여 "피를 흘려서까지 석유를 얻지 말라(No Blood for Oil)", "베네수엘라 전쟁 반대(No U.S. War on Venezuela)", "라틴아메리카에서 손 떼라(Hands Off Latin America)"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마두로 축출 작전을 의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제국주의적 개입이라고 규정했다.

이라크 전쟁 세대를 언급한 한 참가자는 "우리는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미군 개입이 확대될 경우 항의 시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인근 워싱턴DC에서도 찬반 양측이 각각 집회를 열었다. 개입 반대 집회 주최 측은 "이번 군사행동은 미국 국민의 이름을 빌린 불법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석유 때문 아니냐"... 의구심도 확산

시위대 상당수는 백악관의 동기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참가자는 "마두로가 합법적으로 선출됐는지 여부는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결국 석유를 노린 작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교사로서 제자들이 전쟁에 나가야 할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며 "지금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생각하면 전쟁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뉴욕·워싱턴서 베네수엘라인들 '환호'

반면, 뉴욕과 워싱턴에서는 베네수엘라 이민자와 망명자들이 마두로 체포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받아들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워싱턴에서는 베네수엘라 독립 영웅 Simón Bolívar 동상 인근에서 국기를 두른 참가자들이 춤을 추며 기쁨을 표출했다.

워싱턴에서 환호하는 베네수엘라인들
(워싱턴에서 환호하는 베네수엘라인들. NYT )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수 백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국기를 흔들며 가족과 고향에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과 남기 그리고 유럽에 흩어져있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국민들은 대부분 마두로 체포를 환호하는 분위기였으며, 베네수엘라 광장에서도 수 만명의 군중이 모여 마두로 체포를 환호하며 광장에 세워져 있던 마두로의 동상을 쓰러뜨렸다.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베아트리스 에르난데스(60)는 "이 소식은 해외로 떠밀려 나온 우리 디아스포라에게 변화를 예고하는 순간"이라며, "조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리엔 갭을 도보로 넘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미국에 도착해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은 미 연방 요원들이 집회 현장에 나타나 이민자들을 단속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환희와 불안이 교차

베네수엘라 출신의 또 다른 참가자는 "조국이 외국의 폭격을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슬프다"면서도 "이제 더 나은 시대로 나아갈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는 기쁘다"고 말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 내 풍경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외교·군사 사건을 넘어 이민, 전쟁, 에너지, 제국주의 논쟁까지 촉발한 복합적 정치 사건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