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확대 구상...셰브론 중심 투자 현실성은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전격 체포되기 약 한 달 전, 미국 석유업계 고위 임원들에게 "준비하라(Get ready)"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이는 베네수엘라 정세의 급변과 맞물린 대규모 원유 개발 구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마두로 축출 작전과 에너지 전략이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구체적인 군사 작전이나 카라카스 공습 계획을 설명하지는 않았으며, 같은 날 공개된 '미국 에너지 기업의 베네수엘라 유전 재건' 구상에 대해서도 업계의 사전 자문을 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개입 결정에서 석유가 중요한 요소이었음을 드러낸다.

"미국 석유기업 투입해 수십억 달러 투자"

트럼프는 마라라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땅속에서 엄청난 부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세계 최대의 미국 석유기업들이 들어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망가진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국가를 위해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후 미국 석유기업들과의 신규 투자 및 기회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이 작업은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와 국무장관 Marco Rubio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석유회사들과의 접촉이 시작된 상태라고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셰브론이 '핵심 카드'...그러나 신중론 우세

트럼프의 구상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유일하게 활동 중인 대형 미국 기업인 Chevron의 참여 여부에 크게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이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셰브론 주가는 약 5% 상승했고, Exxon Mobil과 ConocoPhillips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셰브론은 당장 대규모 증산이나 투자 확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안정, 계약 조건, 자금 회수 가능성 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신규 자본 투입에 신중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셰브론은 "직원 안전과 자산 보호에 집중하고 있으며, 모든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막대한 매장량, 낮은 생산량...현실적 제약

베네수엘라 정부 추산에 따르면 원유 매장량은 약 3천억 배럴로, 사실이라면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러나 현재 생산량은 하루 약 90만 배럴로, 전 세계 소비량의 1%에도 못 미친다. 생산 확대는 베네수엘라 경제 회복과 이주민 유출 억제,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과거 자산 국유화로 철수했던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재진입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계약 보호, 정권 안정성, 법치, 수출 인프라 복구 비용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투자사 픽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은 "베네수엘라에 들어가려면 현지 정부뿐 아니라 향후 미국 행정부 변화로부터도 투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회'와 '리스크'의 갈림길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에서 10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온 기업으로, 기술과 인맥 면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가이아나 대형 유전, 멕시코만·동지중해 해상 시추 등 경쟁력 높은 글로벌 투자처가 이미 포진해 있어, 베네수엘라 투자는 수익성 측면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석유기업들은 베네수엘라 재건을 위해 큰 투자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자본이 투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정치적 안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베네수엘라 원유 부활 구상은 이제 선언을 넘어 실행 가능성을 시험받는 단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