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강경 압박 작전의 일환으로, 러시아 국적을 단 베네수엘라 연계 유조선을 대서양에서 나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이어진 미국의 초강수 대응으로, 러시아·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대서양 2주 추격 끝 유조선 나포...러시아 잠수함 동반 항해

미 국방부와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7일(수) 대서양 북부 아이슬란드 인근 해역에서 러시아 국적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원래 '벨라-1(Bella-1)'이라는 이름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운송에 관여해왔으며, 미 해안경비대의 승선 요구를 거부한 뒤 러시아 국적으로 재등록하고 선명을 '마리네라(Marinera)'로 변경한 상태였다.

bela 1
(미국에 의해 나포된 러시아 국적기를 달고 있던 Bela 1 호)

미 당국은 이 선박을 2주 이상 대서양 전역에서 추적해왔으며, 나포 당시 인근 해역에는 러시아 잠수함을 포함한 러시아 군함들이 동반 항해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러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최근 기억으로는 미국이 러시아 국적 선박을 군사적으로 나포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베네수엘라 원유 봉쇄, 전 세계 어디서든 유효"

미군 유럽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제재를 위반한 선박을 나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제재 대상이자 불법적인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봉쇄는 전 세계 어디서든 완전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원유 봉쇄' 전략의 핵심 단계로,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항로를 사실상 전면 차단해왔다.

두 번째·세 번째 유조선도 차단...'다크 모드' 운항

미국은 이번 나포와 별도로, 베네수엘라 연계 유조선 한 척을 중남미 해역에서도 추가로 차단했다. 이 선박은 파나마 국적 초대형 유조선 'M 소피아(M Sophia)'로,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해당 선박은 위치 신호를 끈 '다크 모드'로 항해하며 베네수엘라 원유를 중국으로 운송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해운 데이터와 소식통들이 전했다.

미 제재 이후 베네수엘라는 위치를 숨기거나, 이미 이란·러시아 원유 운송으로 제재를 받은 이른바 '섀도 플릿(shadow fleet)' 유조선에 의존해 원유를 수출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박들이 미국의 추가 제재와 강제 조치에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해왔다.

마두로 체포 직후 강행...정권 핵심 압박

이번 유조선 나포는 미 특수부대가 카라카스에서 기습 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지 며칠 만에 이뤄졌다. 마두로는 현재 뉴욕 연방법원에서 마약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 핵심 인사들은 이를 "납치"라고 규탄하며, 미국이 세계 최대 수준으로 추정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을 사실상 장악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과거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통해 "미국의 자산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베네수엘라 원유 20억 달러어치 미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카라카스와 워싱턴이 최대 20억 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국으로 향하던 물량을 미국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베네수엘라가 추가 감산을 피하는 대신 미국 석유기업에 산업 전반을 개방하라는 압박의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정부를 이끄는 델시 로드리게스에게 미국과 민간 기업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전면적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정학적 파장 확산...중국·러시아 반발 불가피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마두로 체포와 원유 봉쇄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한 상태다. 특히 중국은 베네수엘라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이번 조치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국제 질서에 중대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군사·경제적 압박을 통해 미주 지역 에너지 질서를 재편하려는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