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된 직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의 우방국들을 향해 짧고 강경한 경고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곁, 마크 루비오 "장난치지 말라(Don't play games)"고 했다. 쿠바를 비롯해 미국의 이해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이 발언은 한때 트럼프의 비판자였던 루비오가 '마가(MAGA)' 노선에 합류하며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한 변화를 상징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공화당 주류 보수에서 출발해 마가 진영의 핵심 조언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10여 년에 걸친 변신의 정점이기도 하다. 동시에 쿠바 이민자 2세로서 오랫동안 라틴아메리카의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온 그의 정치적 숙원이 현실 정치의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베네수엘라 전략의 얼굴이 된 루비오
루비오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정책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얼굴'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결정을 방어하고, 여야 의원들의 반발을 달래며, 카라카스에 대한 워싱턴의 요구를 과도정부 수반인 델시 로드리게스에게 직접 전달한다.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로드리게스와의 통화를 스페인어로 진행해왔다.
이 통화에서 루비오는 러시아·이란·중국과의 거리두기,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원유 판매 중단, 미국 석유기업에 유리한 조건 수용 등 백악관의 요구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 민주 전환을 어떻게 추진할지, 혹은 마두로 체제를 떠받친 보안 엘리트들과 언제까지 협력할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분명한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이 나라를 운영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완화했다가, 몇 시간 뒤 대통령이 "우리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하는 엇박자가 드러나기도 했다.
'네오콘'에서 트럼프 최측근으로
지난 1년간 루비오는 트럼프의 최측근 조언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과거 그를 '네오콘', '글로벌리스트'로 치부하던 마가 진영의 시선도 달라졌다. 이는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불렀던 과거와 "리틀 마코"라는 조롱을 주고받던 관계를 떠올리면 극적인 변화다.
54세의 루비오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도 계산하고 있다. 동맹들은 그가 백악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차기 마가 계승자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사이에 경쟁 구도를 조성해 왔고, 루비오는 2028년 공화당 경선에서 밴스에게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러닝메이트 가능성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마두로 축출의 강경론자
미 행정부 내부에서 루비오는 마두로 축출을 가장 강력히 밀어붙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고문과 함께 이를 트럼프의 핵심 공약-마약 유입 차단, 불법 이민 억제, 미주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 회복-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그는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 CIA 국장 존 랫클리프, 합참의장과 정기적으로 만나 군사 옵션을 논의해왔다.
마두로가 망명 제안을 거부하자, 트럼프는 군사 작전을 승인했다. 이후 루비오는 새벽 시간 공화당 내 우려를 진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헌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던 마이크 리 상원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명했고, 그날 저녁 리 의원은 루비오를 찬양하는 밈을 공유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바이럴 스타'
베네수엘라 작전은 루비오를 라틴아메리카의 '바이럴 스타'로 만들었다. 현지 SNS에는 그를 '캡틴 아메리카', '성 루비오'로 묘사한 AI 이미지가 확산됐고, 가톨릭 기도 촛불에 얼굴이 새겨지기도 했다. 마이애미에서는 "Thank You Marco" 팻말이 등장했다. 그의 측근인 카를로스 트루히요 전 미주기구(OAS) 대사는 "그가 평생의 일을 마침내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반발도 거세다. 상원에서 99대 0으로 인준했던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는 "마가식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것 같다"고 비판한다. 외교 원조 확대를 주장하던 과거와 달리 USAID 해체를 지지하고, 유럽을 향해 비자 제재를 경고하며, 파나마 운하·그린란드 문제에서도 트럼프의 공세를 대변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다.
트럼프식 거래 외교의 구현자
전문가들은 루비오가 상원 시절과 달리 트럼프식 '거래적 외교'를 전면 수용했다고 본다. 국무부 본청보다 백악관에 상주하며 대통령과 긴밀히 호흡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를 즐기고 플로리다 인맥을 공유하는 개인적 친분도 관계 강화에 기여했다.
라틴아메리카를 유독 중시해 첫 해에만 10개국을 방문한 루비오는, 보다 온건한 접근을 선호하던 특사 리처드 그레넬과 충돌했다. 결국 그레넬의 노선은 밀려났고, 루비오가 주도한 강경 노선이 채택됐다.
마두로 체포와 베네수엘라 압박은 루비오에게 정치적 도약의 발판이자,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시험이다. 그의 과제는 단순하다. 정권 교체가 또 하나의 '국가 재건' 수렁으로 빠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자신의 야심과 트럼프의 충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