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과도 당국이 미국에 최대 5천만 배럴의 제재 대상 원유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해당 원유는 미국이 직접 판매하며, 수익은 백악관이 관리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는 3천만~5천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며,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에게 이 계획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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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그는 "이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되며, 그 돈은 미국 대통령인 내가 통제해 양국 국민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원유, 이제 미국이 '무기한' 판매"

라이트 장관은 같은 날 마이애미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현재 육상 저장시설과 해상 유조선에 묶여 있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넘겨받아 판매할 것"이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무기한으로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유 상당량은 당초 중국이나 러시아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제재 대상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봉쇄하면서 시장에 나오지 못한 물량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사실상 전면 차단해왔다.

베네수엘라 정보부는 관련 질의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제 유가 하락...시장 영향은 제한적

발표 직후 국제유가와 미국 유가(WTI) 선물 가격은 약 1%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물량은 미국 걸프 연안 정유사들에는 호재로 평가된다. 이들 정유시설은 베네수엘라산과 같은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어, 최근 원유 공급원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컨설팅업체 RBN 에너지의 존 아우어스는 "즉시 시장에 투입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물량"이라며, 해당 원유의 가치는 약 15억~25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물량은 베네수엘라 연간 원유 생산량의 최대 15%에 해당하며, 세계 최대급 유조선 약 25척이 필요할 정도의 규모다.

"미국 석유기업 복귀"...정유·인프라 재건 구상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을 사실상 관리하고 미국 석유기업들을 재진입시켜 산업과 인프라를 재건하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원유를 복구하고, 나라를 재건한 뒤 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라이트 장관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부품·장비·서비스를 수출해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과거에 진출했던, 혹은 새롭게 진출을 원하는 미국 대형 석유기업들이 다시 들어갈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백악관에서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등 미국 최대 석유기업 경영진과 회동해 베네수엘라 투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로드리게스 과도정부에 공개 압박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과도정부 수반인 델시 로드리게스를 향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미국은 원유 통제를 지렛대로 삼아 베네수엘라의 외교·에너지 정책 전반을 재편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원유 거래를 넘어,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글로벌 에너지 질서에 중대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