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챗봇 시장 초기에 OpenAI의 ChatGPT에 밀렸던 구글이 강력한 AI 모델과 검색엔진의 대대적 개편을 앞세워 반격에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출시된 최신 제미나이Gemini) 모델은 성능 평가에서 경쟁사들을 앞질렀고, 구글은 다시 한 번 AI 경쟁의 선두로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 내부의 전환점은 지난해 8월 새벽, 딥마인드 연구진이 이미지 생성 기능을 탑재한 실험적 모델을 성능 순위 플랫폼에 올리면서 찾아왔다.
'나노 바나나(Nano Banana)'라는 임시 이름으로 공개된 이 기능은 단기간에 화제를 모으며 각종 벤치마크 1위에 올랐고, 이후 제미나이 앱 다운로드 급증으로 이어졌다. 9월에는 제미나이가 애플 앱스토어 최다 다운로드 앱이 됐다.
'AI 퍼스트' 전략의 결실
두 달 뒤 구글은 가장 강력한 제미나이 모델을 공개했다.
이는 챗봇 성능에서 OpenAI를 추월하며 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구글의 반등 배경에는 ▲과학·연구 중심의 오랜 DNA ▲수십억 달러를 투입한 자체 AI 반도체 개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 조직 개편이 자리 잡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메시지에서 "구글의 규모로 AI를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글의 AI 사업은 검색 광고, 유료 제미나이 서비스, 자체 개발 칩 판매를 통해 가시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최신 제미나이 모델 공개 이후 알파벳 주가는 급등했고, 오픈AI 내부에서는 '코드 레드'가 선언됐다는 전언도 나왔다.
조심스러웠던 출발, 빠른 추격
구글은 초기에 챗봇 개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답변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우려한 내부 문화가 상용화 속도를 늦췄다. 반면 OpenAI는 2022년 말 ChatGPT를 전면 공개하며 단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이 격차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구글이 다음 기술 물결을 놓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구글은 2023년 바드(Bard)를 출시했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련 오답 논란으로 주가 급락이라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현업 복귀, 구글 브레인과 DeepMind 통합, 연구·제품 조직 재정비가 이어지며 반전의 토대가 마련됐다.
검색의 대변신...AI 모드 도입
구글의 최대 과제는 AI가 자사의 '황금알'인 검색 사업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내부 프로젝트 '마기(Project Magi)'가 가동됐고, AI가 질문에 직접 답하는 **AI 오버뷰(AI Overviews)**와 챗봇형 AI 모드가 잇따라 도입됐다. 이는 수년 만의 최대 검색엔진 개편으로, 사용자들이 더 복잡한 질문을 검색에 던지도록 유도했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텍스트뿐 아니라 코드·음성·이미지·영상까지 학습시키는 기술적 야심을 택했다. 개발 속도는 느렸지만, 장기적으로는 성능 우위를 낳았다. 브린은 "신경망 연구의 긴 역사에서 얻은 이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가 만든 결정적 우위
구글의 또 다른 무기는 자체 AI 칩이다. 텐서처리장치(TPU)에 이어 최신 칩 '아이언우드(Ironwood)'는 AI 운영 비용을 크게 낮췄다. 지난해 말 메타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칩 판매 논의가 알려지자, 경쟁사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 덕분에 구글은 급증하는 연산 수요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했다. 나노 바나나 출시 당시 '성공적 재앙'으로 불릴 만큼 폭증한 이미지 생성 수요도 긴급 서버 투입으로 버텼다. 지난해 10월 기준 제미나이의 월간 이용자는 6억5천만 명에 달했다.
주도권 경쟁은 계속
11월 공개된 제미나이 3로 구글은 다시 한 번 기술적 고지를 점령했지만, ChatGPT는 여전히 더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AI 검색과 챗봇이 인터넷 사용 방식을 재편하는 가운데, 양사의 경쟁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한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구글이 검색·AI·반도체를 결합한 전략으로 다시 선두권에 복귀했다는 점에는 업계의 이견이 적다. 피차이는 최근 내부 메모에서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의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