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주 랠리·고공행진하는 국채 금리가 보여주는 신호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는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용 증가 폭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견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자들은 밝은 면에 집중하며,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03년 이후 최고의 연초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소매업체 주식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

뉴욕 증권거래소 NYSE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미 국채 금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만큼의 급격한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낙관하는 두 가지 이유

투자자들이 현재의 낙관론을 설명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최근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고용 증가 둔화는 민간 부문의 급격한 위축 때문이라기보다 이민자 유입 감소와 정부 부문 감원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둘째, 앞으로의 경기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다. 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지난해 단행된 감세의 지연 효과가 점차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T. 로우 프라이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블레리나 우루치는 "미국 경제는 실질 성장과 명목 성장 모두에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부진한 고용 지표에도 주식은 상승

이 같은 낙관론은 지난 금요일 시장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12월 신규 일자리는 계절 조정 기준 5만 개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였던 7만3천 개를 밑돌았다. 앞선 두 달의 고용 증가 수치도 합산 7만6천 개 하향 조정됐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5만 포인트 고지에 더 가까워졌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실망스러운 고용 증가 수치보다 실업률 하락이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실업률을 노동시장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고 있다.

기술주 아닌 '경기민감 업종'이 주도

최근 주식시장 상승은 특정 업종에 쏠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상승장을 이끌어온 정보기술(IT) 업종은 이달 들어 S&P 500 내에서 두 번째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고, 유틸리티 업종만을 앞섰다.

반면, 소재·경기소비재·산업재·에너지가 이달 들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이들 업종은 모두 경제 성장 전망에 민감한 분야로 분류된다.

금리 인하 기대와 워싱턴에 대한 기대감

주식시장에 힘을 보태는 또 다른 요인은 추가 금리 인하 기대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노동시장 약화 신호가 더 나타날 경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이후, 경기민감주가 지난해 말부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치 환경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지난해 무역 전쟁 이후, 11월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성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최근 행정부는 일부 관세를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려는 정책을 내놓으며 '물가 부담 완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을 활용해 납세자 환급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초기 반응은 미온적이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대법원이 일부 관세에 제동을 걸 경우 역시 월가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채권시장도 보내는 '낙관 신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주식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채권시장에서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스티프닝)**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물과 장기물 국채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7월 말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2년물 국채 금리는 0.4%포인트 이상 하락해 3.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 됐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0.2%포인트 미만 하락해 약 4.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 신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이를 경기 성장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본다. 단기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장기 금리는 경제 성장세가 유지되고 향후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좋은 전망이지만, 이미 반영됐을 수도"

뉴버거 버먼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미국 경제 성장세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며 "이 정도 속도로 성장하는 경제 환경에서는 장기 금리가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상태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경고한다. 세제 혜택이나 인공지능 투자 경쟁으로 기업들이 과도한 투자를 단행할 경우, 기업 수익성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 전략가는 "경제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미 시장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