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일시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낮춘 뒤 처음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언제, 어떤 조건에서 인하를 재개할지는 위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고용 둔화와 물가 정체 사이의 선택

연준의 판단은 두 가지 위험 중 어느 쪽이 먼저 현실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나는 고용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분명히 2% 목표를 향해 재차 하락하는 경우다.

파월 연준의장
(파월 연준 의장. 자료화면)

현재까지는 어느 쪽도 뚜렷하지 않다. 고용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지만 실업률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물가는 약 2.8% 부근에서 정체돼 있다.

관세 효과를 둘러싼 해석 차이

일부 위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일회성 요인으로 보고 이를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이들은 관세 효과를 제거하면 기조적 물가 흐름이 이미 2%에 근접해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위원들은 공식 통계 자체를 중시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물가가 3%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몇 달간의 추가 지표 축적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압박 속 '관망 국면'

연준은 현재 정책적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발 정치적 압박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달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에 착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사안이 연방대법원에서 심리됐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가 5월에 끝나는 만큼, 차기 의장 인선 가능성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추가 인하의 문턱은 더 높아져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3.75% 범위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성명에서 추가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가 유지된다면, 장기 중단을 공식화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인하는 찬반이 엇갈린 채 통과된 만큼, 향후 추가 인하를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강한 내부 합의가 요구될 전망이다.

노동시장 악화 시 조기 인하 가능성

시장에서는 상반기 중 물가 지표만으로 인하를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노동시장이 눈에 띄게 악화될 경우에만 중간 이전 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독일은행의 매슈 루제티는 다음 인하 시점을 9월로 예상했다. 연준 내부에서는 의료·사회복지 부문이 민간 일자리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거론된다.

소수 의견과 차기 의장 변수

이번 회의에서는 완화적 정책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스티븐 미런 이사의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셸 보우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역시 노동시장 둔화를 이유로 인하 쪽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월러 이사의 표결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논의와 맞물리며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연준은 당분간 데이터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인하 재개 여부는 물가의 설득력 있는 둔화나 고용의 급격한 악화라는 분명한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